한울안칼럼 | 화담和談, 평화 숲이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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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울안칼럼 | 화담和談, 평화 숲이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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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8.06.02 0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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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경 교도(서울교당, (주)인포디렉터스 콘텐츠디렉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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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끊어짐과 아름다운 이음

이따금 파주에 있는 추모 공원을 다녀온다. 매해 돌아오는 기일에 얽매이지 않고 가고 싶을 때 간다. 그리움이라는 것이 정해진 날에만 찾아오는 것은 아니지 않는가. 도심에서 흔히 느끼기 어려운 시야를 확보해주는 그곳에서 바라보는 삶과 죽음의 경계는 언제나 나를 각성하게한다.


지난 20일 별세한 LG그룹 구본무 회장의 장례가 우리 사회에 미친 울림은 잔잔하면서도 묵직했다. 생전에 가족들에게 이른 당부대로 '조용한 장례' 속에서 차분하게 세상과 이별했고 평소에 즐겨 찾고 거닐었던 곤지암 인근 '화담숲'의 나무에 묻히며 자연과 하나가 되었다.


최근 대기업 총수 일가의 갑질 논란에 실망과 극도의 분노를 느끼던 국민들에게 그의 마지막 뒷모습은 단호하지만 정다운 말을 세상에 건네고 떠났다고 생각한다.


'화담(和談)'화해하는 말 혹은 정답게 이야기를 나눈다는 뜻이다. 구본무 회장, 본인의 아호'화담'를 따 지은 생태수목원 화담숲은'인간과 자연이 조화를 이룰 때만이 참 생명이 살아갈 수 있다'는 신념하에 설립된 생태 공간이다. 숲과 새를 사랑했던 고인이 조성하였고 서울 여의도의 절반 규모인 130만㎡에 달한다고 한다.


20년 전 사후 화장 서약을 하며 매장 위주의 장묘문화 개선에 의지를 보였던 고인의 뜻에 따라 재벌 총수로는 이례적으로 회사장이 아닌 가족장을 치르며 '수목장(樹木葬)'의 형태로 잠들었다. 특권의식을 지니지 않고 평생 인화(人和)라는 기업 경영철학과 삶의 궤적을 '떠남'을 통해 압축해서 일치시켜 보여줬다는 평가와 애도, 공감이 소셜 네트워크를 통해 공유되고 있다. 남은 자들의 사회가 어떻게 생각하고 행동하고 변화해야 하는지를 몸소 실천하며 우리사회가 죽음에 대해 더욱 근원적으로 생각하게 하는 시간의 선물을 선사하고 떠난 것만 같다.


구본무 LG그룹 회장의 장례를 계기로 수목장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면서 한국의 장례 문화가 자연 친화형 장례로 변화해가는 마중물이 되었다는 장례업계 소식에 공감한다. 왜냐하면, 필자 또한 이미 두 번의 가족장례를 '수목장'으로 치른 경험이 있고, 수목장에 대한 주변의 실제적 관심이 높아진 것을 체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추모공원, 그곳에 들어서면 삶과 죽음의 원형질을 품고 있는 공간이 순식간에 눈앞에 펼쳐지며 거닐다보면 삶을 향한 강렬한 열망이 올라오곤 한다. 그 공간에선 떠난 자와의 아픈 기억에 대해 화해의 대화를 나누는가 하면 정답게 나눈 대화들을 떠올리기도 하는 그야말로 '화담숲'이다. 구본무 회장의 별세 소식을 접하며 자신이 즐겨 거닐던 숲의 나무로 돌아가 다시 숲이 되는 그를 떠올린다. 생을 마감하며 세상을 향해 정답게 지혜의 말을 건네고 떠나는 그 끊어짐과 아름다운 이음에 깊은 애도를 표현하고 싶었다.


지난 4.27 남북정상회담의'회담(會談)'이 전 세계의 예상을 뛰어넘으며 세계를 감동시키는 '화담(和談)'이 되며 상상을 뛰어넘는 현실을 꿈꾸게 했다. 이후 6월 12일로 논의되었던 북미정상회담 '취소'와 '재개'의 숨 가쁜 추진과정을 지켜보며 다시 이어갈 북미정상회담을 통한 평화의 화담을 꿈꾼다.


“연결이 끊긴 자리에서 그 이음의 회복을 시도하는 것이 바로 앞으로의 평화”라는 정상덕 교무님의 「평화일기」중 한 구절을 떠올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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