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울안 논단 | 21세기 원불교의 젠더문제(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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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울안 논단 | 21세기 원불교의 젠더문제(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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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8.11.13 1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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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월(성순) 교도(화정교당, 서울대학교 종교문화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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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자교무들의 결혼관(2)
한국에서도 교당에 발령 받은 결혼한 남자 교무나 일주일에 한두 번 집에 가는 정도이지, 이미 기관에서 근무하고 있는 결혼한 남자 교무들은 사가에서 출퇴근하고 있다. 미국은 이제 교당에 발령받은 결혼한 남자 교무들도 사가에서 출퇴근 한다. 교당근무로는 가정생활을 유지할 수 없기 때문에 파트타임(part-time)이나, 풀타임 직업(fulltime job)을 갖는다. 이에 따라 당연히 교당 근무는 part-time이 되고, 교당과 기숙사에 남아있는 사람은 여자 교무들이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업무의 상당량이 여자교무들의 몫이 된다. 교단에서는 이러한 사정 때문에 더더욱 여자교무들이 결혼할 수 있게 되는 상황을 달가워하지 않는 것이다.


인용문의 내용 외에도 교단 내에서는 여자교무들에게 지급하는 용금의 예산문제 때문에 쉽게 개정을 하지 못한다는 얘기도 나오지만 일단 인터뷰 내용 중에는 없기 때문에 서술하지 않기로 한다.


현재 여자교무의 결혼을 막고 있는 강력한 의지는 남성교역자인 경산종법사에게서 나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하상의, 「원불교 남녀평등의 이념: 현실과 과제」 『원불교사상과 종교문화』제71집, 2017, p.449) 이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고 논의해야 할 여자 정화단의 지도자급 원로교무들은 침묵 내지 적극적으로 막는 입장이라고 한다. 초기에 여자교무들의 친목단체로 시작된 여자 정화단이 이제는 권력단체가 되어 오히려 구성원들의 의지를 구속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현재 여자 정화단에서는 결혼한 여자교무들은 교화사업에 전념하기 힘들다는 명목으로 자체적으로 정녀지원서를 받고 있으며, 이로 인해 다각적으로 비판에 직면하고 있다.


하지만 여자교무의 결혼 문제는 현재 계속 줄어들고 있는 여자 전무출신의 비율 때문에 머지않아 개정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는 이들도 다수 있었다. 교화사업에 투입될 새로운 교무세대들이 없으면 원불교의 미래도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젊은 세대들이 불합리한 교역자 결혼제도 때문에 원불교 전무출신에 지원하지 않는다는 분석이 계속 힘을 얻으면서 교단지도부도 깊은 고민에 빠져 있는 것으로 보인다.


덧붙여 여자교무의 결혼문제는 교단이나 남자교무들이 만든 문제가 아니라 여자교무 스스로가 만든 제도이기 때문에 그 해결의 주체도 여성교무들이어야 한다는 어느 남자교무의 주장이 무척 설득력 있게 들린다.


# 여자교무들의 복장과 헤어스타일 문제
원불교 여자교무들은 정복인 흰 저고리와 검정치마, 쪽진 머리의 모습으로 외부 인들에게 각인되어 있다. 이러한 원불교 여자교무들의 복장과 헤어스타일은 원불교 창립 초기의 이른바, '신여성'을 원형으로 하고 있다.


대종사 당시에는 따로 복장 규정이 없었고, 나중에 정녀(정화단)를 자원하는 사람만 그때 당시에 가장 실용적인 복장이었던 지금의 정복을 대종사에게 세 번 건의한 끝에 승인되었다고 한다. 당시 소태산 대종사는 정복이 비 정녀인 사람에게 차별적이라는 이유로 두번이나 거부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원불교 초기에는 정복이 신여성을 상징하는 차림새였지만 백년 후인 지금에는 오히려 '유관순 누나' 복장으로 놀림감이 되고 있다. 또한 미주지역의 경우 그 옷차림이 컬트집단의 상징처럼 비쳐져서 공항에서 출입국 심사 때 쓸 데 없는 의심을 사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평복을 입고 입출국 하는 사례도 있다.


정복 외에 원불교 여자교무의 상징인 쪽진 머리 역시 현대 사회에서 마찬가지로 이질감을 주는 요소 중 하나로 인식된다. 이러한 외형적인 면에서의 문제점 외에도 하루 중 쪽진 머리를 유지하는 시간이 매우 긴 것이 탈모의 원인으로 작용하기도 하며, 일상생활에서 '수면 시' 35.5%, 운동 18.4%, 머리정돈 17.1%로 비율로 불편함을 느끼는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쪽진 머리의 부정적 측면에도 불구하고 여자교무들은 단정함과 상징성 때문에 이 스타일을 고수하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유현주, 「원불교 여성 성직자의 두피·모발 관리에 대한 인식 및 실태조사」 『한국 미용학회지』 제18집, 한국미용학회, 2012, p.1410)


그렇다면 원불교 내부에서는 이러한 복장과 헤어스타일에 대해 어떠한 인식을 가지고 있을까? 인터뷰의 내용을 살펴보면, 먼저 보수적이고 나이든 여자교도들이 이 차림새를 선호하는 경향을 보여준다. 장단점이 있고, 바꿨으면 하는 생각도 있지만, 지금 그대로의 모습도 좋다는 것이다. 하지만 젊은 여성교도들은 상당히 강한 어조로 여자교무들의 정복을 비판하고 있으며, “독신과 복장이 곧 교무활동의 정체성과 자존감을 의미하는 건 아니지 않은가”라고 반문하고 있다.


남자교도들의 경우에는 보수적 성향이라 하더라도 여자교무의 복장을 바꾸는 것이 낫다는 의견을 적극적으로 표현했다. 현재 남자교무들의 정복셔츠와 동일한 양장을 상황에 따라 자유롭게 착용하도록 하고 평상시에는 단정한 생활복을 착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남자교무들 역시 빨리 바꿔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으며, 심지어 흰 저고리에 검은 치마 차림의 여자교무들이 집단으로 모여 있는 모습을 보면 정서적으로 거부감이 든다는 얘기도 나왔다.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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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http://www.hanulan.or.kr/index.php?mid=column&document_srl=158448

2. http://www.hanulan.or.kr/index.php?mid=column&document_srl=158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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