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울안이 간다┃무기 말고 평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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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울안이 간다┃무기 말고 평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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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8.03.30 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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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면(긴조미노루).jpg

# 백발의 '청년'이 그리는 평화
백발이 성성한 채 곧 여든을 바라보는 조각가 긴조 미노루씨(사진 위), 오키나와 출신으로 고향을 떠나 일본 본토에서 고등학교 영어교사를 하던 그는 고향에서 벌어지는 미군에 대한 투쟁을 접하고 독학으로 조각을 익히게 됐다고 한다.


이후 그는 오키나와와 그곳에서 사는 사람들의 애환을 자신의 작품으로 구현하는 동시에 여전히 투쟁의 현장을 누비는 활동가 이기도 하다. 그의 작업장 한 켠에 전시된 거대한 부조에는 미군정 이후 일본 본토로 복귀(1972년) 전까지 미군에 의한 토지강제수용을 반대하며 투쟁했던 주민들과 현지 정치 지도자, 불도저로 이를 막는 미군 등 오키나와의 슬픈 역사가 파노라마로 펼쳐진다.


자신의 19살 제자가 미군의 차량에 치여 숨진 사건을 계기로 제작했다는 부조뿐만 아니라 일제때 오키나와에 끌려와 강제노역에 시달리다 못해 배가 고파 음식을 훔쳤다가 무참하게 처형당한 한국인 징용노동자를 추모하는 '한(恨)'이라는 이름의 작품, 또한 집단자결이 벌어진 치비치리가마의 위령(慰靈) 조각상 등 오키나와 곳곳에서 그의 작품을 살펴 볼 수 있다. 그는 일본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에 대한 저항 운동가로도 유명하며 일본의 평화헌법 9조(비무장, 전쟁포기 조항)를 지키기 위한 반전(反戰)운동에도 앞장서고 있다. 현장경험에서 나오는 내공과 예술가의 안목 그리고 아이 같은 천진함을 동시에 갖춘 긴조 미노루 씨 같은 이들 덕분에 오키나와는 여전히 평화의 섬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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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군기지가 그렇게 좋으면 도쿄로 가져가라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건설하고 있는 '헤노코 기지', 이 기지가 완공되면 이곳은 해병대를 비롯해 해군과 공군 등이 유사시 즉각 전투 현장으로 전개하는 기지로 탈바꿈한다. 여기서 일차적 전투 현장은 동중국해가 된다. 중국의 코앞에서 신속출동 작전능력이 구현되는 대형 종합군사기지가 출현하게 되는 셈이다.


최근 오키나와 현은 정부가 관련 절차를 밟지 않고 미군기지 이전공사를 진행했다며 이를 중단할 것을 요구하는 소송에서 패소하고 말았다. 공사 착공의 법적 근거를 마련한 아베 정부는 앞뒤 가리지 않고 질주하고 있다. 전후 일본 정치에서 중앙정부가 지방정부의 입장을 무시하고 국책사업을 강행한 예는 없었다.


기지 입구에서 공사 차량을 저지하며 매일 시위를 진행하는 '어르신'들은 쉰 목소리로 “해군기지 반대, 위법공사 중지”를 애처롭게 외치고 있다. 이들의 호소에도 불구하고 헤노코 해안의 아름다운 산호초들은 머지않아 사라질 운명이다. 해상시위에 나선 일행을 막아서는 해상보안청 직원들의 날카로운 눈매(사진 아래)에 이곳의 미래가 스쳐지나갔다.


이윽고 도착한 '카데나 기지'는 일본속의 미국, 오키나와 속에 있는 미국으로 표현된다. 총면적은 약 19.95㎢이고, 3700m나 되는 활주로가 2개나 있다. 전망대에서 바라보아도 활주로의 끝이 한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이 기지는 200대 이상의 군용기가 상주하는 아시아에서 가장 큰 미공군기지이며, 일본에서 가장 큰 공항인 도쿄국제공항보다 면적이 두 배나 크다. 기지가 위치한 카데나정(町)은 면적의 70% 이상을 기지에 점유당하고 있다. 그럼에도 일본 정부는 '배려예산'이라는 이름으로 미군기지 운용비 전부를 부담하고 있으며 미군 가족의 이주비와 생활비까지 보조하고 있다. 막대한 예산이 쓰여 지고 있으나 일반 국민들은 잘 알지 못하고 있다.


미국의 해외 군사기지를 다룬 「기지국가」라는 책에는 이 사실을 이렇게 기록하고 있다. “일본에 돌려준 1972년의 거래는 '반환'이라고 널리 알려졌지만, 일본은 오키나와 반환 협상의 일환으로 대미 섬유 수출 할당량을 준수하고, 6억 8500만 달러를 지불하기로 비밀리에 합의했다. 현재 일본은 미군 병사 1인당 연간 15만 달러가량의 배려 예산을 미군에 지원한다. 2011년 한 해에만 일본 납세자들은 전체 기지 비용의 4분의 3 정도인 71억 달러를 제공했다”


카데나 기지의 탁 트인 시야가 시원할 법했지만 지켜보는 내내 명치끝에 걸치는 답답함은 우리가 처한 현실도 이와 다르지 않기 때문이리라.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군사기지라는 별칭이 붙은 '후텐마 기지'는 미 해병대의 항공기지이다. 도심 한복판에 자리 잡은 이곳에선 매일 같이 전투기의 이착륙이 벌어진다. 미군 헬기 중 제일 큰 CH-53E 슈퍼 스탤리온과 전투헬기의 대명사인 코브라 헬기 그리고 그 유명한 수직이착륙기 '오스프리'가 종일 계속해서 뜨고 내린다.


후텐마에서는 1972년 오키나와 본토 반환 이후 2016년까지 6번의 사고가 있었다. 지난 2004년 여름에는 훈련 중이던 헬기가 오키나와국제대학교 본관 건물에 추락했다. 방학기간이라 건물에 사람이 없어 다행이었지만 주민들은 공포에 휩싸였다. 작년에는 어린이집 근처에서 전투기 부품이 발견됐다. 며칠 뒤엔 소학교에서도 미군 헬기의 창문유리가 떨어졌다. 주민들은 “하늘에는 신형수송기 오스프리가 날고, 땅에는 걸어 다니는 흉기(미군)가 있다. 오키나와 현(縣)민은 어디로 다녀야 하느냐”며 탄식을 한다.


오키나와 답사를 마치고 한국에 돌아온 지 한 달 만에 한반도 정세가 극적으로 급변했다. 남북의 정상과 미국 대통령이 4월과 5월에 회담을 앞두고 있다. “남북통일과 세계평화는 무위이화로될것이다. '우리이러지말자' 하고 손잡을 날이 올 것이다”라고 하신 정산종사님의 말씀대로 진정한 화해의 물결이 조속히 흘러넘치기를 바란다. 그리고 민중에게는'평화가 가장 큰 이익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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