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지도에 핀 생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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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지도에 핀 생명
  • 한울안신문
  • 승인 2001.08.10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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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환경 문제에 관심을 가져온 터라 서울 시청이 주최하는 환경 기초 시설 현장 견학은 꽤 의미있는 시간이 되었다.
아이들 등교 준비도 스스로에게 일임한 채 일찍 집을 나섰다. 교구에 도착하니 비가 오는
이른 시각인데도 많은 교도님이 출발을 기다리고 있었다. 학생들도 봉사확인서를 의식한 듯
부모님과 함께 견학하러 온 모습이 눈길을 끌었다.
처음 견학 간 곳은 난지도. 수만 마리의 철새가 날아드는 낭만적인 꽃섬 난지도가 쓰레기의
대명사가 되어버린 것은 30년도 채 안되는 기간이다.
인간 삶의 찌꺼기는 세속의 갖은 욕망에 비례하듯 난지도에 거대한 봉우리 2개를 만든 채
영원히 고유의 그 이름을 되찾을 수 없는 현재의 난지도를 만들었다. 난지도 쓰레기 매립은
환경을 고려하지 않은 단순 매립이었기 때문에 매립이 폐쇄된 지금까지도 주변지역의 오염
은 참 심각하다.
온갖 악취와 오염의 땅, 그곳에도 자연의 위대함은 여실히 나타난다. 사은의 은혜인가, 그
쓰레기 더미 위에 자연적으로 숲이 만들어졌다. 사람의 출입을 통제해야 할 만큼 오염정도
가 심각한 그곳에 나무와 풀은 각자의 몸에 독극물을 가득 담은 채 스스로 자라 인간의 이
기심을 비웃고 있는 듯 하였다.
파괴하기는 순간이지만 다시 살리기는 어려운 것이 바로 자연임을 뼈저리게 느낄 수 있는
좋은 체험이었다. 두 번째로 견학한 곳은 난지도 옆 월드컵 경기장 건설 현장이다. 환경 문
제와는 좀 거리가 있는 견학이지만 얼마 후 60억 전 세계인의 이목이 집중될 현장이기에 국
민의 한 사람으로서 관심을 기울이지 않을 수 없었다. 90%이상 공정율을 보이고 있는 경기
장의 장엄한 모습은 2002년 월드컵으로 새롭게 세계 속의 한국으로 발돋움되는 계기가 될
것임을 약속하는 듯 보였다. 그러나 월드컵으로 경기장의 규모보다는 한국의 문화와 정서,
그리고 무엇보다 우수한 국민의식을 보여주는 계기가 되도록 노력할 것을 다짐한다.
봉공회에서 정성스럽게 준비해주신 김밥으로 점심을 먹고 찾아간 곳은 오늘의 마지막 일정
인 영등포 수도사업소다.
우리의 삶에 가장 중요하고 필요한 물을 공급하는 수도의 역사는 그리 길지 않다. 그러나
그 짧은 시간에 수돗물에 대한 시비는 끊이지 않았다. 사실 나 자신조차도 수돗물에 어느
정도의 불신을 갖고 있었던 터라 이번 수도사업소 견학은 특별한 관심을 불러 일으켰다.
한강의 오염이 하루 이틀이 아니건만 그 물을 수원으로 삼고 있는 수돗물이기에 그 염려는
오히려 당연하기조차 했다. 그러나 견학을 하고 난 지금에는 그 어떤 물보다도 수돗물이 가
장 안전한 물임을 알게 되었다. 정수기를 이용한 물은 증류수와 비슷한 죽은 물임을 알고는
있었지만 ‘꺼림직한 수돗물보다야…’ 하는 생각이었는데 수돗물 정화과정과 수질관리를
보고 수돗물을 아무 의심없이 사랑할 수 있게 됐다.
이번 견학으로 참으로 많은 것을 배우고 느낄 수 있었다. 좀 아쉬웠다면 같이 견학한 학생
들이 좀 더 진지하고 숙연한 태도로 환경문제를 인식했으면 싶었다. 그리고 앞으로도 이 시
대를 이어갈 청소년이나 어린이에게 환경문제의 심각성을 깨우쳐 줄 교육 여건과 현장 견학
이 병행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제 나보다 우리를 생각해야 하는 시대다. 조금 불편하고 부족함이 진정한 삶의 풍요를 가
져다 줄 것임을 깨달아 자연과 내가 더불어 공존하는 환경을 가꾸도록 노력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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