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토에 뿌려진 한 톨의 씨앗을 틔우기 위해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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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토에 뿌려진 한 톨의 씨앗을 틔우기 위해서는
  • 한울안신문
  • 승인 2001.09.18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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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광일교수"중곡교당부회장 한양대교수


통일축전에 참가했었던 장응철 교정원장에 의하면 남북 분단 이후 제 1호의 원불교 교도가 북한에서 탄생했다고 한다. 교정원장이 평양에 체류하는 동안 조선불교도연맹 책무부원인 차금철씨가 원불교에 귀의하겠다는 뜻을 밝혔다는데 車씨는 지난 3월 금강산에서 열린 ‘남북 종교인 만남’ 등에서 우리 교무와 접촉을 했던 분이다. 車씨에게 공적인 자리에서 ‘기원(基圓)’ 이라는 법명을 주었다한다. 이는 서울원음방송 개국에 버금가는 경사다.
한 마리의 제비가 봄을 오게 하는 것은 아니지만 동토에 봄이 오는 소식을 전하는 신호탄이 되기 때문이다. 우리 교단은 1995년부터 37차례에 걸쳐 식량·의류 등 9억5천만원 상당의 대북 지원을 해왔다. 그리고 이번에는 북한의 조선불교도연맹 중앙위원회 박태화 위원장과 ‘북한 지원을 위한 원불교 측 독립창구 개설 의향서’에 서명했다고 한다. 여기서 우리가 주목할 것은 북한에서도 이러한 대북 지원만 받고 원불교에 대해서 연구를 안했을 리가 없을 것이란 사실이다. 그들 나름대로 연구도 했을 것이고 이해 득실을 따져 보기도 했을 것이다. 그리고 공식 석상에서 교도가 탄생하는 것을 허락했을 것이다. 이것은 어느 의미에서 보면 북한 당국에서 원불교를 공인한 성격이 짙은 것이다. 공산주의의 속성상 개인의 뜻만으로 공식석상에서 법명을 받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이제 한 톨의 씨앗이 동토에 뿌려졌다. 한 마리의 제비가 봄을 오게 할 수는 없지만 봄이 오는 소식이 들리고 있다. 그러나 지금부터가 문제다. 한톨의 씨앗이 열매를 맺어 또 다른 씨앗을 맺기 위해서는 전 교단적으로 해야 할 일이 산적한 것이다. 그러나 욕속부달(欲速不達)이라 했다. 조급하면 아무것도 이룰 수 없다는 말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북한 교화를 서둘지 말자는 것이다. 적어도 분단전의 숨은 교도들을 찾아서 교세를 확장하겠다는 생각도 버려야 한다. 우리가 한톨의 씨앗을 피우겠다고 어설프게 서두르면 서두를수록 역풍이 거세게 불 가능성을 전혀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어설프게 훈풍을 불게 하겠다는 생각보다는 바람이 타지 않도록 주위를 밟아 줄 필요가 있는 것이다. 겨울에 난 보리의 싹이 잘 자라도록 하기 위해서 보리를 밟아 주듯 말이다. 그래서 무주상 보시의 우리 교단의 교리를 확실하게 실천할 때다.
북한은 기본적으로 민족 자결의 원칙을 주창해 오고 있기 때문에 민족 종교로서 원불교와 북한의 주체 사상은 일맥상통하는 측면이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차분하게 대처해야 한다. 그리고 우리 교전 어느 한 귀절도 북한 당국자의 의사를 거슬리는 귀절이 없다. 그러나 중구난방으로 서둘다 보면 그르치는 일이 없으라는 법이 없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부터는 민족한삶운동본부를 중심으로 대북 창구를 단일화할 필요가 있다. 1차 시험에 통과한 입시생이 면접을 준비하듯 조심, 또 조심스럽게 대북 교화를 준비해야 한다. 어떻게 보면 1차 시험에 합격했다는 생각마저 버리고 분단 이후에 첫 교도가 탄생했다는 생각마저 놓아 버리고 조심스럽게 시험을 준비해야 한다.
‘북한과의 협상에는 인내와 끈기 이외에는 약이 없었다’고 회고한 고(故) 정주영 현대 그룹 회장의 이야기를 항상 염두에 두고 북한교화를 열어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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