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가니스탄 주민이 고난받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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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가니스탄 주민이 고난받는 이유
  • 한울안신문
  • 승인 2001.11.02 0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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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광일 교수"중굑교당 한양대교수


아프가니스탄은 중세에서나 볼 수 있는 ‘흙벽돌 나라’로서, 황량하고 피폐한 몇몇 지역은 외계(外界)처럼 보인다. 가난으로 찌들대로 찌든 아프가니스탄 주민들중 국외로 탈출한 사람들은 질병과 굶주림에 떨고 있으며 국내에 남아 있는 주민은 미국의 폭격에 죽음의 위험에 떨고 있다. 파키스탄 주재 탈레반 대사의 지난 10월 22일 발표에 의하면 지금까지 미군 공습으로 1천명 이상의 민간인이 사망했다면서 미국은 말로는 테러를 비난하면서 실제로는 자신들이 테러를 벌이고 있다고 비난했다.
문제는 이러한 아프가니스탄이 처한 곤경에 대해 미국을 비난하는 여론은 종교계를 비롯한 몇몇 단체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물론 6000여명의 사상자를 낸 뉴욕의 세계 무역센터 폭격 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되고 있는 빈 라덴을 숨겨준 인과가 있다고 치더라도 그것은 탈레반 정권의 인과이고 주민의 몫은 아닐텐데 말이다.
그런데 올 3월 아프가니스탄 주민의 장래가 두려워 지는 사건이 있었다. 탈레반 정권의 묵인 아래 아프간 전 주민이 바미안 불상을 파괴하였다. 이 불상은 수도 카불에서 서쪽으로 125km 가량 떨어진 바미안의 사암(砂巖) 절벽에 만들어진 두 개의 석불로서 2세기경에 만들어졌으며 높이가 각각 53m와 37m의 세계 최대 규모로 유네스코로부터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돼 있는 것이었다. 이러한 세계 최대의 바미안 대불이 탈레반 정권의 무지와 종교적인 이유 등으로 파괴되다니 참으로 안타깝고 또한 두려움을 금할 길이 없었다. 동서 양대 문명의 접합지점인 간다라지방에 위대한 불교문화의 꽃을 피우면서 지혜와 자비의 정신을 막힘 없이 설해오셨던 바미안 대불의 정신적 가치나 그 대불을 조성하고자 원을 세우고 수 백년의 역사를 통해 찬란한 문명의 꽃을 피워왔던 인류의 고귀한 정신이 무지와 몽매로 훼손되다니 말이다. 불교권인 태국, 대만, 네팔, 스리랑카 등은 경악을 금치 못했으며 한국, 중국, 일본 정부 등도 거세게 비난하였다. 더구나 이란 이집트 같은 이슬람 국가는 물론 탈레반 정권을 국가로 승인한 파키스탄도 불상 파괴를 중단하라고 촉구할 정도였다. 중국 신화통신은 ‘충격적이고 슬픈 일’이라고 비난했다.
업보와 업보가 교차되는 아프가니스탄에서의 불상 파괴와 미국에 의한 아프가니스탄의 파괴행위가 윤회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하는 인간의 표본을 보는 것 같아 참으로 우리의 마음을 아프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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