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원도 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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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원도 은혜
  • 전재만
  • 승인 2001.11.22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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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당 건축을 추진하다보면 민원에 시달릴 경우가 많다. 현재 필자가 몸담고 있는 교당도 민원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묘하게 민원인 중 가장 심한 행동이나 과한 요구를 하는 이는 종교 단체의 직책을 가진 이웃 노인이다. 말로만 보면 참된 도덕을 가졌고, 좋은 집안에서 고등 교육을 받고, 성인의 말씀에 충실한 삶을 산다고 하고, 기도도 참 열심히 하시는 분이다.
책임 맡은 요인들과 함께 필자도 문제 해결의 책임이 있다. 교당 설계 및 감리의 책임을 맡은 연유로, 필자는 한 사람의 교도의 입장과 함께 객관적인 조정자의 입장이나 시각으로도 바라볼 수 있는 기회이기도 했다. 일반 교도의 입장에서는 안타깝기도 하고, 민원인이 밉기도 하며 피곤한 일이지만, 그를 벗어나 객관적 입장에서 자유롭고 편안하게 바라다 볼 때에는 여러 가지 흥미로운 생각과 현상들이 나타나곤 했다.
몇몇 의미있는 생각들…
쉽고, 자주 경험할 수 없는 것이기에 값지다. -과연 일반인들은 일생동안 건축으로 인해 겪는 그런 경험이 몇 번 있을 수 있을까?
가진 것이 많으면 골치 아프다. -민원인이 건물 소유주가 아니면, 피해 볼 일도 관리의 어려움도 확실히 없었을 것이다.
진정 곤란하고 어려운 상황에 처했을 때 나타나는 여러 사람들의 반응과 태도가 흥미롭다.-각자의 성품과 공부의 깊이도 자연스레 드러난다.
태도와 행동에 조심성이 붙고, 매사 지혜로운 방안을 사전에 챙기게 된다. -한 번 혼나면 유의하게 되니까.
더욱 교당 건물을 아끼고 잘 가꾸게 될 것이다. -난산의 자식이 귀하고, 집 없는 설움을 겪은 후의 집의 가치는 남다르게 느껴진다.
교도들이 단결할 수 있는 요인일 수 있다. -가상의 적이 생기면 자연 결속력이 생긴다.
나의 시각과 다름을 경험한다. -남을 통해 나를 절실히 되돌아 볼 수 있다.
기쁨도 어려움과 괴로움의 크기에 비례한다. -지옥 훈련 후의 다져진 힘과 자신감은 그 훈련의 강도와 비례한다.
진정한 친구를 알 수 있다.-곤궁하고 어려울 때 누가 기꺼이 도울 수 있는가?
참 신앙과 거짓 신앙의 구분이 명확하다.-남을 위한 기도인가, 나를 위한 기도인가.이 정도라면 민원도 은혜일 수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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