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산종사 수필법설 - 문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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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산종사 수필법설 - 문답
  • 전재만
  • 승인 2001.11.29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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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산 송규정사 1900-1962


학인이 묻기를 “본 회의 교리를 제일 간단히 한마디로 말하라면 어떻게 대답하오리까?”
정산종사 답하시기를 「본 회는 일원상이 최상이 되는 교리인 바, 일원은 곧 우주 만물을 다 부처님으로 알자는 것이며, 또한 일원과 같이 원만한 계(戒) 정(定) 혜(慧)의 지행(知行)을 갖추자는 것이니라.」
<불교정전> 표어 의해(義解)가 끝난 후 질의 문답시간에 박창기 여쭙기를 “일원의 위력을 얻으면 자신 제도는 되겠지만 인연 없는 타인까지라도 제도할 수 있습니까? 가령 부처님께서 조달이도 제도할 수 있었습니까?” 답하시기를 「인연 없는 중생까지도 제도할 수 있나니라.」 또 여쭙기를 “그러면 악인을 어떻게 제도하며, 고목(枯木)에는 어떻게 미칩니까.” 답하시기를 「일원의 위력을 계속하면 인연 없는 중생이 따로 없어서 다 인연이 되나니라. 그래서 그 위력을 얻으면 인과가 풀려 마치 눈이 봄기운에 녹는 것과 같나니라. 그러나 만일 인과를 부인하면 또한 죄고(罪苦)를 받나니 백장선사(白丈禪師)의 전백장(前百丈) 후백장(後百丈)의 이야기이니라. 곧 견성을 하면 인과를 초월한다 하여 죄 짓기가 쉽고 무기행(無記行)을 하기도 쉽나니, 저 재준씨 같이 인과를 부인하면 죄 짓기가 쉽나니라.」 또 여쭙기를 “일원상은 붓으로 그린 것이요, 하나의 표현이라 하였으니 그 소재처(所在處)는 어디에 있습니까”하자 정산종사 묵연하시거늘 송도성이 대신 답하기를 “창기씨는 묻는 그 마음을 쉬고 자성을 반조해 보면 일체 선악이 일어나기 전의 본래 면목(本來面目)을 볼지니, 그 자리가 일원상의 자리라고 생각합니다.” 창기 또 여쭙기를 “일원상이 우리 모두의 각각 본래 면목이라면 공부를 하여 그것을 얻으려고 할 필요가 있겠습니까.” 도성 답하기를 “일원상이 각각에게 있지만 때가 끼고 묵어서 공부로써 씻고 벗기자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부처님은 닦아서 부처님이 되셨으며, 우리 범부는 닦지 못하여 중생인 것입니다.”
창기 또 묻기를 “우리 중생들은 번뇌망상으로 낮 동안을 지내고 온밤을 보내는데, 무슨 일원상이 있겠습니까.” 도성 답하기를 “주야를 번뇌로 끓이다가도 그 마음을 돌이키니 이것이 일원상이 있는 까닭입니다. 그러므로 범부 중생도 이 일원상을 깨달아서 참다운 신앙을 하고 수행을 하면 우주 전체와 합일이 되어 참 진리의 생활을 하게 될 것이니, 이것이 또한 일원상의 진리입니다.”
관음행이 여쭙기를 “내 마음을 내 마음으로 하면 오가(吾家)의 소유가 됩니까. 곧 남의 논을 팔아서 차지하는 것도 오가의 소유라고 할 수 있습니까” 정산종사 말씀하시기를 「관음행의 질문은 과격한 것이니 우리의 소아(小我)를 없앰으로써 대아(大我)를 찾으라는 뜻을 알면 그 이치가 드러나나니라.」
박장식이 여쭙기를 “선악 인과가 음양상승과 같이 되는 형상에서 선이 지극하면 악이 오고, 악이 지극하면 선이 오는 것입니까.” 정산종사 답하시기를 「인과를 초월하지 못한 사람은 각자의 업력을 따라 선이 지극하면 악이 오고, 악이 지극하면 선이 자연히 오는 이치가 있나니라.」 또 여쭙기를 “성리와 인과는 진리의 양면관이니 부합된 점에 대하여 알고 싶습니다.” 정산종사 말씀하시기를 “인과의 체가 성리(性理)이요, 성리를 운용하면 인과라, 이 성리를 깨달으면 인과의 변화를 알게 되고 인과를 알게 되면 성리를 깨닫게 되어, 인과가 성리요 성리가 인과이니라. 우주는 항상 산 기운인지라, 이 산 기운으로 일체 만물이 연(連)한 음양상승의 이치가 작용하여 저절로 은원(恩寃)을 만나게 되나니라.”
또 여쭙기를 “견성한 처지에서는 우주 만유가 오가(吾家)의 소유가 된다면, 견성을 하지 못한 사람은 어떻게 신앙과 수행을 해 나가야 하는지 가르쳐 주십시오.” 정산종사 답하시기를 “신앙으로 그 자리를 믿으며 처처불상 사사불공, 무시선 무처선으로 정성껏 공부하면 깨닫는 것과 별 다른 차이가 없나니라. 우리의 법은 간단 명료하나 우주의 대소유무와 인간의 시비이해가 다 포함되어 일체 인간사와 우주의 성리 전체를 한 덩어리로 뭉쳐놓은 것 같나니라. 그러므로 대인은 우주 전체를 알아서 그 몸으로 삼고 행하지만 소인은 내 몸 하나만 알아서 행하나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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