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가합창제, 맑고 밝고 훈훈함 그자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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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가합창제, 맑고 밝고 훈훈함 그자체
  • 전재만
  • 승인 2001.12.14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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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롭게 단장된 자리에 크고 신나게 노래하러 모인 교도들의 모습은 한마디로 맑고 밝고 훈훈함 그 자체였다.
제1회 서울교구 성가합창제가 열려 무척 기쁘고 다행스럽게 생각한다. 돌이켜보면 정산종사 탄생 백주년 기념행사, 원음방송 설립 등 피할 수 없는 큰 불사를 향해 쉴새없이 달려 왔던 우리 교도들이었다. 또한 청운회를 비롯한 단체별로 초청강사에 의한 행사와 외적으로 교단의 이미지를 높이기 위한 행사는 많이 열려 크게 성장했지만 교도들만의 문화행사가 거의 없었다. 게다가 만연한 디지털 문화에 밀려 이런 행사에 대한 관심이 떨어진 점도 간과할 수 없다. 이런 뜻에서 이번 성가 합창제의 의의는 대단히 크다고 할 것이고 참석한 모두에게 많은 감상과 느낌을 가져다 주었다. 교당별로 작게는 10명을 조금 넘는 규모부터 50명에 이르는 합창단이 선을 보였다. 지정곡 성가와 자유곡 부문에서는 창작성가, 외국민요, 대중가요 등 다양한 장르가 등장하였으며 백발의 노신사와 초로의 할머니들도 계셨다. 자식 뻘 되는 젊은 교도들과 어울려 엄정화의 페스티발을 부르면서 ‘디스코 디스코’를 외치는 노익장을 과시하기도 했고 앳된 교역자의 코믹한 지휘가 웃음을 선사했다. 나비넥타이, 스카프, 드레스, 한복으로 한껏 멋부리고 저마다의 기량을 뽐내고자 하였다. 다채로운 모습과 고조된 열기가 우리는 하나라는 감동으로 치달았다.
특별출연한 원음과 금강합창단을 제외하고 무대에 오른 인원만도 4백명이 넘음을 감안하면 대형 메머드합창단의 위용과 장엄함을 우리도 얼마든지 연출해 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주었다. 사실 음악분야를 보면 다른 종교에 비해 우리가 열세임은 부인 못 할 사실이고 우리 교단 내부에서도 우리만의 영역을 구축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는 것으로 안다. 그러나 그에 앞서 노래를 즐겨하고 특히 ‘쉬운 설교’인 성가를 애창할 수 있는 저변 확충이 더 시급하다고 생각한다. 어떤 음악이든 처음 접하든가 오랫동안 멀리하다 보면 이질감을 느끼게 마련이고 나이와 소질을 탓하는 경우도 많이 있다. 하지만 계속해서 듣고 따라 부르게 되면 익숙해지고 저절로 흥얼거리게 되어 있다. 이것이 바로 음악에서 얻는 우리의 마음공부 원리가 아니겠는가. 성가를 통해 부지런히 교도를 모으고 교당에 나가는 횟수가 부지런해지면 교화에 활력이 넘치게 된다.
이번 행사에 아쉬운 점이 있었다면 참가한 교도 스스로가 자기교당과 다른 교당을 비교하고 우열을 가리는데 그쳤다는 점이다. 등위를 매기는 경진대회는 아니었지만 앞으로 나아갈 방향이라든가 전반적인 평가가 전문가에 의해 이루어졌더라면 하는 바램이 있었다. 교당별 소개가 곁들여졌지만 교구의 남성합창단으로 알려져 있는 금강합창단이 두배에 가까운 여성단원들과 같이 출연한 부분에 대해서는 설명이 없어 갸우뚱하게 했다. 우리 손으로 수리한 5층 대법당은 여느 공연장 못지 않았으나 좌석높이가 똑같은 점과 마이크를 비롯한 음향시설은 계속 보완했으면 하는 희망이다. 원음합창단의 관록이 돋보인 행사였다. 행사를 주관한 경험이 전혀 없었을 터인데 우선 두시간이 넘게 진행된 행사가 휴식없이 이루어졌지만 조금도 지루한 느낌을 주지 않았던 점과 무대주변과 로비 등에서 처음부터 끝까지 분담된 위치를 철저히 지키고 성의를 다해 참석자들에게 편의를 제공하였고, 행사 후 돌아가는 교도들을 향해 도열해서 고맙다는 인사를 건네는 짜임새 있는 진행솜씨가 인상적이었다.
내가 소속한 교당은 경험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닌데도 어느 때보다 긴장되고 두근거리고 설렘이 컸다고 생각된다. 아마 참석한 모두가 그랬을 것이다. 그것은 단순한 합창제가 아니라 첫 성가합창제라는, 우리 모두에게 시작이라는 의미가 강하였기 때문이리라.
생각해 보자. 살아가면서 이러한 작은 두려움과 설레는 느낌에 젖어드는 순간을 사람들은 즐기고 싶어하는 것은 아닌지. 처음 시작하는 사람들의 마음속에는 숙달된 사람에게 찾을 수 없는 많은 가능성이 있다. 시작하는 마음은 닫혀있는 마음이 아닌 빈마음, 준비된 마음, 열려있는 마음일 것이다.
설레임과 긴장속에서 많은 가능성을 가지고 하나됨의 열기로, 해보자는 의지로 시작된 이 행사! 성가합창제를 하였다는 것이 하나의 토막소식이 아닌 교구의 뚜렷한 문화현상으로 자리매김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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