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생불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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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생불멸
  • 전재만
  • 승인 2002.02.14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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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치선"방학교당


시간의 단위가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이라 했던가? 그러나 영원을 뜻하는 ‘불생불멸’이라는 낱말 앞에서는 아무 의미가 없는 말이다.
도봉산 깊은 산자락에 눈이 왔다. 한가한 여생이고 보니 산사에 가고 싶었다. 도선사를 가기로 마음먹고 버스를 탔다. 백운대는 얼어 붙은 듯 사락사락 눈이 덮어 절경인데 산사는 깊은 사색에 잠긴 듯 깊은 염불소리와 나뭇잎 구르는 메마름만 남아있다.
석불 앞에는 소원을 비는 어미의 간절함이 가득하고 ‘시제법 공상 불생불멸 불구부정 부증불감’이라는 염불소리가 산사를 가득 메운다.
여기에 걸렸다. ‘불생불멸 부증불감’이라면 내가 죽어 이 육신이 흩어져도 이 우주에 존재한다면 지금쯤 대종사님도 어디에 계실텐데. 지극한 마음은 우주를 덮고 또 통한다는데 변할 뿐 멸하지 않고 존재한다면 만나 뵈올 수 있을 텐데…. 나는 오늘 저녁 기도하고 지극히 염원해 보았다. 대종사님과 정말 통하고 싶고 만나 보고 싶은 마음뿐이다. 그분이 어디에 계실까? 제불제성들께서는 어디 계실까? 그분의 말씀과 유시를 따르면 그분을 뵙는 것 같다지만 직성이 풀리지 않는다.
10년 전 깊은 소원이 있어 열심히 기도를 드렸다. 기도의 덕분인지 운명인지 알 수 없지만 원하던 일이 성취되었다. 너무 감사한 마음에 그 때 마음속으로 서원했다. ‘앞으로 10년간 쉬지 않고 교당에서 하는 식 그대로 기도를 드리리라!’ 그런데 금년 2월이 10년 되는 해다. 정말 매일 저녁 쉬지 않고 기도를 올렸다. 물론 쉬고 싶을 때도 많았고 매일 한다는 것은 참 힘들었다. 선도 조금씩 해 보았지만 그리 쉽지만은 않았다.
앞으로 다시 10년을 기약하면서 기도와 선을 병행해야겠다. 그리고 내 옆에는 대종사님이 계신다는 생각을 잊지 않을 것이다. 아마 모든 사람들이 대종사님을 그림자처럼 모시고 살면 부정한 행동, 말을 함부로 못할 것이다.
기독교인은 ‘하나님을 모시고 산다’하고 불자는 ‘부처를 모시고 산다’지만 그림자처럼 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아마 자신이 합리화한 하나님이나 부처님으로 변신된 것인지 그래서 계문이 꼭 필요한 것 같다.
아주 친한 친구가 있다.
늙음이 온 후 인생을 정리하면서 자식도 떠나고 직장도 떠났고 사람들도 모두 다 가버린 빈가슴에 오직 스스로 기대는 친구다. 우주 대자연에 꽉 차 있는 그런 친구 산과 들, 바다, 구름, 비, 눈, 달 그리고 영원한 기도가 있다. 오늘 밤에는 달님이 벗이 되고 낮에는 도선사와 백운대가 길동무가 되어 주었다.
운산스님의 시(詩) 가 돌 언덕에 새겨 있다. 끝 구절이 마음에 들어 가만히 마음 속에 새겨 보았다.
‘연은 무상하고 정은 환멸인데 산사람은 마음이 없다오’
입속으로 이 시를 외우며 산을 내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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