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어 수생한 박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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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어 수생한 박교도
  • 전재만
  • 승인 2002.02.21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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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불교 Y교당의 박모 교도가 죽어 다시 수생한 이야기이다.
박 교도는 슬하에 1남 1녀를 두고 다복하게 살며 교당일에 언제나 열심이었다. 그런데 박 교도는 항상 마음 속에 가정 때문에 공부에 전념할 수 없고 교당 일을 볼 수가 없어 죽어서 다시 몸을 받으면 전무출신(원불교의 성직자)하여 교당 일을 하고 싶어했다.
이런 마음을 가진 박 교도는 같은 교당 교도로 헌신적으로 일하는 강모 교도를 흠모하며 참 좋아했다. 그러나 강 교도 시어머니는 신심이 없고 교당 일을 싫어했다.
그런데 박 교도가 갑자기 뇌일혈을 일으켜 죽었다. 박 교도의 장례를 치른 후 Y교당 교무의 꿈에 박 교도가 나타났다. 그리고 “이번에 제 일로 참으로 수고했습니다” 라고 인사를 하더니 “저는 제가 좋아하는 집으로 갑니다”라고 하는게 아닌가.
이런 꿈을 꾼 Y교당 교무는 좀 이상하다고 생각하고는 곧 잊어 버렸는데, 얼마 후 꿈에 박 교도가 다시 나타나서 말했다. “교무님, 제가 출생하는데 보러 오시지 않으시렵니까?”
지난 번 꿈도 있고 하여 교도 댁에 아이 낳은 집을 알아 보니 강 교도 댁이었다.
교무는 꿈이라 좀 이상하다고 생각하고 아이가 커 가는 것을 마음에 유심히 새겼다. 아이는 커갈수록 교무와 부교무를 식구 이상으로 따랐다.
그러나 강 교도 시어머니에게는 가지를 않았다. 강 교도 시어머니는 “저 아이가 내게만 오면 울고 따르지를 않아. 안아 주고 업어 주고 먹을 것이나 장난감을 사주어도 소용이 없는데 교무님들을 보면 저렇게 따르니 참 별난 인연이다”라고 했다.
교무는 박 교도가 생전에 강 교도를 좋아하고 강 교도 시어머니를 싫어했으며 전무출신하고 싶어하던 염원과 전무출신으로 인도하여 달라던 일을 상기하고는 이 아이가 틀림없이 박 교도가 죽어 수생하였다고 확신을 했다.
Y교당 교무는 이 아이를 어떻게든 전무출신으로 인도해야겠다고 생각하여 가족에게는 자세한 이야기를 하지 않고 그저 “이 아이는 불연이 깊은 아이니 교당에서 책임지고 공부시켜야 겠습니다” 라고 말했다. 그리고 별명도 ‘김 교무’(아이 성이 김씨임)라고 불렀다. 이 얼마나 소소하게 나타난 증거인가.
소태산 대종사께서는 “한국에서 죽으면서 동시에 미국의 산모에게로 태어나는 일도 있다.
또 성자 철인 같은 이들은 할 일을 마치고 정신을 쉬기 위하여 수백 수천년간 입정 상태에 머물러 있다가 한번씩 출현하시기도 한다”고 했다.
이것은 호박이 기다란 넝쿨에 의지하여 살 듯 모태 속에서는 산모의 생명에 의지하여 살지만 몸을 받지 아니하고 정신을 쉴 때는 우주의 큰 생명에 의지하여 사는 것이다.
자기가 즐겨하는 것 중 불보살이 무거우면 불보살 세계에, 반대로 탐진치가 무거우면 악도에 떨어져 가는 것은 자연적인 것이다.

양산 김중묵 종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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