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 독거노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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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동네 독거노인
  • 전재만
  • 승인 2002.03.02 0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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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문성 교무


우리동네에 독거 노인수가 300여명이나 된다. 젊어선 다들 시골의 흙을 밟고 사신 분들인데 이곳에 이사와 흙 냄새 한번 맡지 못하고 온통 콘크리트 속에서 살자니 얼마나 답답하시겠나 싶다.
어떤 노인은 손을 내밀면 하늘이 닿는 15층 공중에 매달려(?) 사신다. 말이 좋아 아파트 생활이지 현대판 고려장이 아닌가. 하루내 있어야 누구 한사람 찾아오는 일도 없고 전화가 있다해도 걸어주는 사람도 없고. 그래서 인지 복지관 점심시간이 12시인데도 아침 9시만 되면 미리 의자에 주욱 앉아 계신다. 한 할머니한테 “왜 이리 빨리 오십니까? 날씨도 추운데 따뜻한 집에 계시다가 시간 되면 나오시죠” 했더니 “집에 있으면 심심하고 특히 양 옆집이 우리 집을 꽉 조이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 답답하다” 고 하신다. 무슨 일이 있어 복지관에서 전화라도 하지 않으면 하룻내 전화 한 통 오지 않으니 알아듣거나 못 알아듣거나 그저 TV만 볼 뿐 이다. 서울은 눈뜨고 코 베어 가는 곳이라고들 알고 계셔서 가져갈 것 없는 손바닥만 한 집이라도 대낮인데도 문고리를 이중 삼중으로 걸고 계신다.
그러니 어쩌다 친분이 있는 이웃집에 놀러라도 갈라치면 시원스럽게 대문을 열고 사는 시골인심과 달라, 초인종을 누르고 그나마 안에서 반기는 기색이 있어야 들어갈 수 있으니 그것 또한 번거롭다며 덩그라니 집에만 계신다. 젊은 사람들이야 사생활 간섭 안 받고 살 수 있는 아파트는 편한 공간이지만 독거 노인들에게는 어찌 보면 ‘감옥’이다.
작년엔 아무도 임종을 보지 않은 채 돌아가신 독거 노인이 십여명이나 된다. 전화기를 든 채 가신 분, 변기에 앉은 채 가신 분, 신발 한 짝만 신은 채 가신 분, 휠체어에 앉은 채 가신 분 등, 마음이 아파 차마 볼 수 없는 모습들로 여럿 가셨다. 죽음을 확인할 때마다 119 구조대 신세를 진다. (열쇠가 없기 때문에 확인을 하자면 그분들이 열어 줄 수밖에 없다.) 이웃에서 노인의 인기척이 없어 수상하다는 신고가 들어오면 가슴이 뛰고 불안해서 다음 일을 할 수가 없다. 참으로 기가 막히는 것은 옆집 노인의 안부가 궁금해서 신고하는 것이 아니고 돌아 가신지가 오래되어 무슨 악취가 나는 것 같으면 그때 대부분 신고를 한다는 사실이다.
엊그제는 관리사무소 직원이 사무실로 찾아와 “‘아무개 할머니가 요즘 통 기척이 없어 수상한데 확인을 한번 하는 게 어떻겠느냐’며 옆집사람이 신고를 했다”면서 문을 뜯고 들어갈 연장을 가지고 왔다. 잠간 기다리라고 하고서 심장병과 고혈압으로 치료 차 자주 다니시는 병원에 혹 입원해 계시는지 확인 해보니 “그런 분은 없다”하고 동사무소 담당 복지사에게 전화하여 친인척 전화번호를 알아내 소식을 알고자 했으나 친척이라고는 한사람도 없다 하고…. “혹시, 이 할머니도?” 하면서 관리소 직원과 함께 아파트로 달려가 문을 따고 들어가 봤더니 집에는 다행히(?) 안 계셨다. “병원에도 안 계시고 집에도 안 계시니 그럼 친구 집에라도 놀러 가셨나?” 하는 생각을 하며, 부디 할머니가 아무 일 없이 어디선가 건강하게 잘 지내시다가 집에 돌아오시기를 기도하면서 복지관에 돌아왔다.
‘할머니! 어디계세요. 잘 계시겠지요? 소식이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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