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에 제일 불행한 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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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에 제일 불행한 여인
  • 전재만
  • 승인 2002.04.04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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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 김중묵 종사


지난호에 이어> 그녀의 힘으로는 두 아이를 데리고 강을 건널 수 없었다. 생각 끝에 그녀는 큰 아이는 내려놓고 먼저 갓난아이를 안고 강을 건너가서 잔디밭에 누이고 다시 강을 건너와 큰 아이를 데려가기로 작정했다.
그래서 먼저 갓난아이를 안고 강을 건너갔다. 잔디밭에 갓난아이를 눕혀놓고 나서 강 저쪽을 보니까 아니 이게 무슨 일인가!
큰 아이가 엄마를 보고 아장아장 강물 속으로 걸어 들어오고 있는 것이 아닌가!
그녀는 놀란 나머지 큰소리로 외쳐댔다.
“아가야, 오지마! 아가야, 오지 마!”
그녀의 외침 소리를 어서 빨리 오라고나 한 줄 알고, 아가는 자꾸자꾸 깊은 강물 속으로 들어왔다. 그러더니 그만 세찬 물살에 휩쓸려 저 아래로 떠내려가고 말았다.
“아이고, 우리 아가야!… 아가야!”
부리나케 강을 건너와 울부짖고 뒹글어 보았지만 떠내려간 큰 아기는 돌아올 수 없었다. 그러다가 문득 저쪽 강가 잔디밭에 누인 갓난아이가 생각나 강 건너를 보았다.
아니, 이건 또 무슨 끔찍한 일이란 말인가! 수십 마리나 되는 늑대떼가 몰려들어 갓난아이에게 차마 눈 뜨고는 못볼 짓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아이고, 어머니! 우리 갓난아기! 우리 갓난아기!…”
그녀는 거의 정신을 잃을 지경이었다. 허겁지겁 그녀는 다시 강을 건너갔으나 갓난아이를 뼈 한 조각까지 다 없앤 늑대떼들은 입맛을 다시며 저 멀리 사라진 뒤였다.
바라문의 딸은 그대로 정신을 잃고 말았다. 다음날 낮에서야 정신이 깨어난 그녀의 눈에서는 쉬임없이 눈물만 흘러내렸다. 남편과 두 아이들을 따라 죽지 않고 자기 혼자만 살아 있다는 것이 한탄스러웠다.
그녀는 독사가 다시 와서 남편처럼 자기 발도 물어 주기를 바라며 풀숲에 계속 누워 있었다. 그러나 하루 낮, 하루 밤이 지나가도 새끼 독사 한 마리도 나타나지 않았다.
그 때, 문득 그녀는 친정 부모가 보고 싶어졌다. 그래서 걷다 기다 하면서 겨우겨우 고향 마을에 당도했다. 그런데 친정집은 불타 버리고 그 잔재만 남아 있었다. 다시금 그녀는 대성통곡을 하였다. 이웃사람이 들려 준 말에 의하면 갑작스레 불이 나서 가족 전부가 불에 타서 죽었다는 것이었다. 그녀는 또 기절을 하고 말았다.
얼마나 지났을까. 이마에 찬 물수건이 닿는 느낌에 그녀는 눈을 떴다. 어떤 사내가 그녀를 보살펴 주고 있었다. 갈 곳이 없는 처지가 된 그녀는 그 사내와 함께 살게 되었다. 그런데 그 사내는 술만 마셨다 하면 아무런 이유도 없이 바라문의 딸을 마구 때렸다.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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