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으로 용기있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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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으로 용기있는 사람
  • 전재만
  • 승인 2002.04.27 0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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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으로 용기있는 사람은 과연 어떤 사람일까? 어렸을 때는 나와 친구들을 대변해서 말을 하거나 대신 덤벼들어 싸우거나 하는 친구, 그 후 자라면서는 자기가 매를 맞으면서도 친구나 동료를 옹호해주는 사람을 그저 용기있는 사람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나이가 들면서 진정으로 용기가 있는 사람은 바로 자기가 자기를 이길줄 아는 사람, 자기의 실수를 연령, 직위, 직급등에 관계없이 시인할 줄 아는 사람, 자기의 잘못에 대하여 책임을 질 줄 아는 사람, 최소한 책임을 지려고 노력하는 사람이 아니가 싶다.
그런데 현대사회에서 우리의 주위를 살펴보면 과연 그러한 사람이 얼마나 될까? 철저한 자기 위주의 사고 방식에 상대방의 처지라고는 전혀 배려할 줄 모르는 사람이 더 많지 않을까? 교당을 다니다 보니 겸손하시며 아래 사람에게도 하기 힘든 하심(下心)을 잘 하셔서 늘 존경심이 가는 어른이 계셨는데 이 분이 정말 용기있는 분이라고 생각하며 그 분과의 대화중 잊혀지지 않고 아마도 영영 뇌리에 잊혀지지 않을 것 같은 일이 있었다.
어느 날 법회 후 그분과 잠시 얘기를 나누던 중 그 분께서 지금은 기억조차 없지만 그다지 대단치도 않은 것이지만 실언을 하셨다. 그때 나는 속으로 살며시 웃었다. 그리고 ‘내가 존경하는 분도 실수를 하시는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서 참으로 조심해야겠다는, 특히 아래 사람에게는 더욱 조심해야겠다는 생각이 든 일이 있었다. 그런데 그 날 저녁 그 분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그분께서는 낮의 일을 말씀하시면서 확인을 하시는 것이었다. 우선 입장이 곤란해서 우물쭈물하면서 “네, 네...”하며 얼버무리고 말았는데 그 분께서 “낮의 그 말을 취소한다”고 하시는 것이었다.
그 때 내 추측으로는 저녁식사 후 하루 일과를 점검하시다가 그 일을 생각하면서 실수를 발견하시고 용납이 안 되시었던 모양이다. 마치 무슨 의사록에서 실언한 부분을 삭제하자는 것과 같은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좀 다른 부분이 있다면 공부인이 하루를 점검하는 가운데 잘못된 부분을 스스로 발견하시고, 반성하시는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었다.
우주에는 텅 빈 이치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바늘 끝 하나 들어갈 틈이 없는 이치가 있는 것을 아시고 그러한 말씀을 하신 것으로 생각했다. 큰 것을 일러 주신 것이다. 결국 매우 감사한 마음으로 “그러한 일로 전화를 하셨다면 괜한 수고를 하셨다”고 전하며 안부인사 몇마디 나누고 통화를 그쳤다. 그 날 나는 매우 기분이 좋았다. 그 분께서 평소 나한테 잘 대하여 주셨고 그러한 관계속에서 오늘과 같은 일이 있었다라고 생각했다면 그 동안 나를 가르쳐 주신 스승님께 대한 큰 배은을 하고 스스로도 모르는 가운데 나는 강급의 길로 들었을 것이다.
그러나 큰 가르침을 일러주셨으니 무슨 보살님을 만난 것 같았기 때문에 기쁠 수밖에 없었다. 그 후로는 더욱이 생에 업장소멸하려고 노력하며 마음을 달래고 달래 하심(下心)을, 어쩌면 지나친 것이 아닌가 할 정도로 하심을 한답시고 한적이 있었다. 하심을 하니까 더 큰 것이 보임과 동시에 자신의 부족됨이 잘 보였다. 진정한 용기는 어리석음이 깔려있는 만용이 아니라 참 지혜의 바탕에서 오는 소신의 발로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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