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여성훈련을 다녀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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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여성훈련을 다녀와서
  • 전재만
  • 승인 2002.04.27 0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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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숙 교도"홍제교당



지난 4월 17일 서울여성회 훈련에 참가하기 위해 봉도수련원으로 갔다. 우이동으로 접어들자 연초록 빛의 싱그러운 나무들이며, 봄 내음이 가득한 시원한 도심 밖의 바람은 봄소풍 나온 어린아이처럼 나를 마냥 들뜨게 했다. 그 동안 직장 생활을 하느라 법회에만 충실했을 뿐 훈련이나 여타 다른 행사에는 참가할 기회를 갖지 못하여 늘 아쉬웠었는데, 집안 일로 직장을 잠시 쉬고 있던 차에 이렇게 여성회 훈련의 기회를 갖게 되어 감회가 새로웠다.
훈련은 여러 가지로 색다른 모습이었다. 결제식에 앞서 스포츠 댄스를 했는데, 법당 안에서 경쾌한 음악에 맞춰 짝지어 춤을 추고 나니 낯설었던 회원들과 금새 친근해질 수 있었다. 결제식에 이어 평소에는 뵙기 어려운 김 혜심 교무님의 출가 동기며 삶의 현장에서 교법을 행하시며 진정한 수행자의 삶에 충실하고자 노력하시는 교무님의 말씀과 열정을 직접 받들 수 있었고, 한 지성 회장님을 통해 그 동안의 여성회 활동과 앞으로 지향해 나아가고자 하는 여성회의 미래를 엿볼 수 있어 참으로 소중한 시간이 되었다.
개인적으로 훈련 프로그램 중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인생곡선 그리기>시간이었다. 태어나면서 현재 삶까지의 내 만족도를 표시하고 앞으로의 삶을 진단하여 그래프를 만들어서 서로에게 발표하는 시간인데, 많은 생각과 도움을 얻을 수 있었다. 내가 참가한 단에는 삶의 굴곡이 많은 선배교도들이 있었다. 나 역시 굴곡이 많은 삶을 살아와서인지 그 분들이 살아온 과정을 들으며 공감과 위안을 느꼈다.
내가 잘 살 때는 다른 사람들 또한 어려움 없이 다 잘 사는 줄 알았다. 내가 어려움에 처한 후에야 어려운 사람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으며 어렵게 사는 사람들에 대한 남다른 애정이 생겼다. 순경보다 역경으로 인해 깊이 있는 인생을 살게 된 것이다. 예전엔 돈이 많으면 잘 사는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큰 경계를 당하여서는 돈보다 종교가 역경을 헤쳐나갈 큰 힘이라는 것을 알았고, 내가 원불교 교도인 것에 감사했다. 이 법을 만나지 못하였더라면 지나온 역경을 어떻게 견디어 내었을지 참으로 아득하다.
교당에 다닌 지 13년째이다. 아직은 신심이 굳건하지 못한 탓에 법회에 나가 충전을 받지 못하면 흔들림 없이 지속적으로 잘 살아낼 자신이 없다. 그런데 교당생활에 연륜이 깊은 선배교도들은 일이 생겨 법회에 참석하지 못하더라도 전혀 흔들림 없이 법대로 생활한다는 말을 듣고 선배들처럼 되기 위해 앞으로 더 많이 공부하고 열심히 교당생활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짧은 훈련 시간이었지만 내 삶을 돌아보고 또 앞으로의 삶을 설계해 보는 시간이 좋았다. 여기에서 다진 마음 그대로 살아가리라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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