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러설 자리를 안 장량
상태바
물러설 자리를 안 장량
  • 전재만
  • 승인 2002.04.27 02: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양산 김중묵 종사



중국 광무제가 천하를 통일할 때 장량(張良)과 한신(韓信)은 둘 다 큰 공을 세웠다.
나라가 평정을 찾자, 광무제는 공의 있고 없음이나 크고 작음 따위를 논하여 거기에 알맞은 상을 내렸다. 이 때 장량은 공에 대한 큰 벼슬이 내렸으나 이를 사양하고 귀향하여 자기 수양에 힘을 기울이면서 후진 양성에 힘을 다하였다.
그러나 한신은 계속 벼슬이 오르면서 권세를 부렸다. 그러던 어느 하루 한신의 심복부하 괴철이 간절한 마음으로 충고를 했다.
“지금 한신 장군께서 반란을 일으켜 천자가 되든지, 아니면 이제 그만 벼슬을 놓아야 합니다”
그러나 한신은 괴철의 말을 듣지 아니 하였다.
얼마 후 한신은 팽월·경포와 더불어 한고조 부인의 미움을 사서 역적으로 몰려 죽게 되었다.
한신은 죽으면서 마지막 말로 괴철의 지혜를 받아들이지 못했음을 후회했으나 이미 때는 늦었다.
한고조 부인은 괴철을 불러 “한신에게 어찌하여 반란을 일으키라고 했느냐”고 물었다. 괴철은 서슴없이 “도적의 개가 요순을 보면 짖고 도적을 보면 짖지 않는 것은 그 주인이 아님을 보고 짖지 그 덕을 보고 짖고 안 짖음이 아닙니다” 했다.
즉 괴철이 한신의 부하로 있을 때는 한신을 위해 말한 것이지 한고조의 덕이 모자라 반란을 일으키라 한 것은 아니라는 말이다.
한고조 부인은 괴철의 지혜와 충직을 아끼며 용서하여 주었다.
한신이 공을 이룬 뒤에 그 자리에서 물러남을 장량과 같이 아니하고 벼슬이 점점 올라 더 이상 올라갈 자리는 황제뿐일 때는 황제가 위험을 느껴 제거하는 것을 모르고 물러서지 않았기 때문에 역적으로 몰려 참혹한 치욕의 최후를 마친 것이다.
하지만 장량은 물러설 자리에서 물러섰으므로 중국 천하에 일등공신으로 이름을 남기며 말년까지 존경과 국은을 받으며 살지 않았는가.

나아갈 자리에 나아가고 물러설 자리에 물러서는 일을 큰일에서만 볼 것이 아니라, 우리 일상생활에서 찾아보자.
잔칫집에 초대를 받아 가거나 남의 집에 놀러 가서 좀 서운하다고 생각될 때 일어서서 나와야 한다. 잔칫집에서 주인은 손님 대접에 바쁜데 종일 이 상 저 상으로 바꿔 앉아 있다면 초대한 마음은 간 곳 없고, 갔으면 하는 싫은 생각이 나게 되고 심하면 너무 염치없는 사람으로 여겨져 미운 생각까지 들게 되는 것이다.
또 남의 집을 방문했을 때 붙잡는다고 시간을 더 지체하거나 잠을 자서는 안 된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나 스승을 붙잡는 일은 정에 못 이겨 하는 일이니, 그 때 상황을 이 쪽에서 잘 판단해서 물러서야만 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