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석천의 시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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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석천의 시험
  • 전재만
  • 승인 2002.05.03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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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 김중묵 종사
제석천의 시험인도의 임금은 자비로 나라를 다스리고 백성들을 자기 가족처럼 아꼈다.
어느 날 제석천(帝釋天: 도리천의 임금으로 범왕과 더불어 불법을 지키는 신)이 임금의 덕행을 시험하기 위해 늙은 수행자로 변신해 임금을 찾아가 천냥을 달라 하였다. 그러자 임금은 바로 천냥을 주었는데, 수행자는 받았던 돈을 다시 그 임금에게 주면서 이렇게 부탁했다.
“저는 보다시피 늙었으니, 이 돈을 강도에게 빼앗길까 두렵습니다. 그러니 임금님께서 당분간 맡아 주시옵소서!’ 그래서 임금은 천냥을 맡아 둔다.
제석천은 또 다른 수행자로 변신하여 임금에게로 갔다.
“저는 전생에 귀족이었으나 현생에는 보통사람이 되었습니다. 황공하지만 임금님이 되고 싶으니 저에게 나라를 맡겨 줄 수 없사옵니까?”
이런 무리한 부탁을 듣게 되었는데도 두말없이 수행자에게 왕위를 내주고 왕비와 왕자들과 함께 궁궐에서 떠나갔다.
세월이 흐른 뒤 제석천은 다시 맨처음의 수행자로 변신하여 임금 앞에 나타나 그 전에 맡겨 두었던 천냥을 달라고 하였다.
“임금 자리를 어떤 수행자에게 내주느라고 그대가 맡겨 준 천냥을 챙겨 두지 못했소이다.”
“어쨌든 사흘 안으로 천 냥을 돌려 주시기 바랍니다.”하는 수행자의 말에 임금은 천 냥을 빌리기 위해 왕비와 왕자들을 담보로 잡혀 돈을 빌렸다. 그리고 천냥을 그 수행자에게 돌려 주었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그 집에서 왕비와 왕자들은 도둑의 누명을 쓰게 되어 감옥에 갇혔다가 마침내 사형을 당하고 말았다.
임금은 그런 줄도 모르고 남의 집 고용살이로 천냥을 벌었다. 그래서 왕비와 왕자들을 찾아가다가 거리에서 비참하게 죽어 있는 왕비와 왕자들의 주검을 보게 되었다.
임금은 스스로 한탄하였다.
‘아, 나는 전생에 지은 악업으로 현생에서 이런 업보를 받는가! 지금이라도 시방세계의 모든 부처님께 전생에 지은 죄를 고하고 참회해야겠구나!’깊은 참회 끝에 임금은 선정(禪定)에 들었다. 선정에 들어 보니 이제까지의 모든 일이 제석천의 시험임을 소상히 알게 되었다. 그 뒤, 임금은 왕비와 왕자들을 되찾게 되었으며, 백성들의 간청으로 다시 임금자리에 올라 나라를 잘 다스렸다.
「육도집경(六度集經)좦에 나오는 이 불교 설화는 밑도 끝도 없는 이야기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 설화가 우리에게 깨우쳐 주는 의도는 넉넉히 납득할 수 있을 것이다. 불교 설화에는 제석천이 수행자로 변신하여 덕행을 시험하는 일이 가끔 나온다. 항상 자비스런 마음과 공손한 마음으로 살아가야 함을 일깨워 주는 설화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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