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합이 뭐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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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합이 뭐길래
  • 전재만
  • 승인 2002.05.11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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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 김중묵 종사
내가 연전에 어느 원불교 교당에서 법회를 보고 나니 어떤 교도가
면담을 청했다. 만나 보니, 아는 사람인데 얼굴이 마르고 신수가
말이 아니었다.
그래 그 연유를 물으니 요사이 큰 고민이 있다는 것이다. 다른 이유
가 아니라 과년한 딸이 있어 시집을 보내려는데 마땅한 자리가 없었
다고 한다. 그러다가 적당한 총각이 있는데 인물도 잘나고 학벌도 좋
고 집안도 다 좋은데 궁합이 나쁘다는 것이다. 사위을 얻으려는데 궁
합이 나쁘니 어쩌면 좋겠냐는 것이었다. 그래 뭣이 나쁘더냐고 했더
니 살(殺)이 셋이나 끼었단다. 살이 셋이 끼면 딸이 죽고 사위가 죽고
또 살림마저 망한다는 것이다. 그러면 안하면 될 것 아니냐고 했더니,
또 그러기는 아깝단다“결혼하지 않으려니까 아깝고, 하자니 살이 끼
었으니 어쩌면 좋겠느냐”며 교무님 하라는 대로 한다는 것이다.그래
서 오랜 생각 끝에 다음과 같이 말했다.“궁합 보아 가지고 시집 장
가 가는 나라가 이 지구상에 서너 나라밖에 없으며, 이 궁합법이 우
리 나라에서는 조선 중엽 이후에 생긴 것입니다. 사람이 잘 살고 잘
못 사는 것이 사람에 있겠소, 궁합에 있겠소? 사람에게 있는 것인데
그 궁합에 얽매어 그렇게 고민하시오? 돌아오는 운수나 복도 놓치면
못 받는 것이오. 그러니 고민 말고 바로 혼사하시오”그 뒤 그 일은
잊어 버렸는데, 필자가 회갑이 되어 총부에서 합동으로 식을 마친 날
저녁 어떤 교무님이 양복, 내의, 돈, 기타 선물을 한 보따리 가지고 와
서 받으라는 것이다. 어디서 누가 주는 선물이냐고 물으니 바로 연
전에 그 교도가 보낸 선물이란다. 그 교도는 그 날 오후에 바로 총각
집에 사람을 보내니 그 총각은 다른 집안의 규수와 혼처를 거의 결정
할 상황에 놓여 있더라는 것이다. 자칫 아까운 총각 놓칠 뻔했는데
때맞추어 성혼이 되어 사위를 맞았다. 그런데 그 사위가 결혼한 지
보름만에 고등고시에 합격하고 3개월 만에 검사 발령이 나서 첫 월급
을 장모에게 주더라는 것이었다. 그래서 그 중 일부를 떼어 두었다가
선생님 회갑이라 선물을 사 보냈다는 것이다. 그 뒤 그 교도를 만나
서 검사 사위 만나서 더 없이 기쁘겠지만 또 그 때문에 폭폭한 일이
생길지도 모르는 일이니 너무 좋아하지도 말고 고민하지도 말고 항상
마음 속에서 대중을 잡고 살아나가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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