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에 오른 사람(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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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에 오른 사람(3)
  • 한울안신문
  • 승인 2002.07.18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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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범모"교사회


<지난호에 이어>
‘흥 정말로 갖잖은 중생심이 동하는구나! 요까짓 경계에 끌려 메아리 없는 골짜기를 망
쳐!’
그래도 마음은 여전히 무겁다.
12일(이튿날)
초라한 마음으로 학교에 간다. 아니지, 내가 잘 못한 일 없이 이렇게 처질 필요가 없지 당당
한 마음으로 가자. 하루를 보내며 형진이가 눈에 유독 띈다.
응 이 마음이 또 나오는구나! 뿌리 없는 나무가 아닐세! 아직도 뿌리가 든든하게 있구나! 머
리가 무거워 학교에 있고 싶은 마음이 아니었다. 수업을 마치고 밖으로 나와 제물포 친구에
게 돈 벌 궁리를 하러 간다. 아직은 진공이 되지 않는다. 메아리 없는 골짜기는 되었지만…
마음 속에 계속 남아서 괘씸하다고 하고 있다.
13일
아침부터 설거지를 하고 아침 준비를 한다. 모처럼의 공휴일이라 1시간쯤 좌선을 하고 나니
기분이 조금 개운하다.
설거지를 하며 계속 생각이 미친다.
‘아! 그렇구나! 진리는 내게 정석의 길을 주시지 않으시는구나! 좀더 강렬한 시련으로 나를
깨치게 하시는구나. 그래 원불교가 무엇인지 이 공부가 무엇인지 보여 주는 거다. 성심성의
를 다하면 언젠가 나를, 이 공부법을 인정하겠지!
오른 뺨을 치거든 왼뺨도 내 주어라 가 바로 이것이다. 내 원무의 임무가 바로 이것이로구
나! 여래의 능이 나면 이런 것쯤 교화 받는 줄 모르게 교화할 수 있는 것 아니냐! 다만 내
어줍잖는 자존심이 어디까지 나를 낮추는 공부를 할 수 있을 것인가? 만을 걱정해야겠구나!
그래 형진이에게 또는 우리반 아이들에게 최선을 다하여 성심성의껏 지도하는거다. 내 진의
가 통할 때까지--- 진리는 내게 이런 원무를 원하는구나! 깨달음이 오면서 너무도 마음이
가벼워진다.
하지만 또 언제 요란함이 나올지 모르는거다. 공부만 할 밖에---
14일
아침밥도 먹고 출근하여 (씩씩하게) 아이들과 생활한다. 형진이가 눈에 띈다. 그전에는 그렇
게 눈에 들어오지도 않던 아이였다. 내 기준에 바람직하지 않는 행동이 드러난다. 그래도 쓰
다듬어 준다, 진공으로 하는 건가? 처세인가? 아직은 처세가 많다. 수업을 마치고 제물포 친
구를 만나기 위해 학교를 나왔다. 형진이 아빠한테서 전화가 왔다. 좀 만나 뵙고 싶다는 전
갈이다. 반갑게 인사를 하고 내가 좀 바빠서 밖에 나와 있으니 내일 학교로 오라 하고 전화
를 끊는다. 어떤 마음인가? “거봐라?” 아니다. 그런 마음은 아니다. 그저 담담하게 공부하
게 만들어 준 사람이다. 그런 정도의 마음이다. 그래도 마음 속에 뿌리가 완전히 없어진 것
은 아니다. 유효기간 진짜 오래가네.
15일
형진이가 별로 많이 보이지 않는다. 매우 담담하다.
그러다가 갑자기 ‘오늘 형진이 아빠 온다고 했지? 뭐라 말을 할까?’
궁리를 한다. 어제 이야기로는 사과를 하고 싶어하는 느낌이었는데….
형진이 아빠가 왔다.
담담하다. 반갑기까지야 하겠는가마는 싫지는 않다.
아마 걱정스런 마음으로 왔을 것이다.
친구의 이야기, 자기의 이야기 여러 가지 이야기를 하며 친구에게 자문을 구했을 때 친구의
이야기를 듣고 깜짝 놀랐다고 한다.
‘이런 특별한 프로그램을 가지고 인성교육을 하시는 선생님은 흔치않다’, ‘이런 선생님
이라면 특별한 교육철학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네가 너무 성급하고 가볍게 생각한 것
같으니 가서 선생님을 만나보라’고 하였다는 것이다.
형진이 아빠는 자신을 나의 아들이나 딸 정도로 생각해 주시고 아들이 자기 자식 잘 키워보
려다가 실수한 것이려니 하고 이해를 해 달라고 사과를 한다.
이런 기회를 계기로 선생님과 더 가까운 관계를 이룰 수 있지 않겠느냐고…. 선생님의 그
동안의 소신과 노하우로 지금 까지 하시던 대로 지도를 해달라고 한다.
1시간 정도 이야기를 하면서 원불교 공부법이 어떤 것인가 정말 정수를 보여 줄 수 있는 기
회라고 생각했다.
역시 이 법이 들어날 때가 되었나보다.
‘실추된 내 명예는 회복이 되어야 내가 밥을 먹고 살 수 있지 않겠느냐’고 했을 때 “예,
이제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그 일 밖에 안 남았어요. 우리 아이가 선생님의 말씀을 가장 잘
받아들이는 것 같았어요.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그런데 너무 쉽게 끝나버렸다는 마음이 들었다.
아니지! 그럴수록 성심을 다하고 공부만 할 밖에!
집에 와서 이야기를 하니 어머니께서는 “그럴 줄 알았어! 대종사님 법인데!” 하신다.

지금 일기를 기록하며 드는 생각
‘누군지 알려졌으니까 와서 사과를 한 것이지!’
‘큰일이다’ 싶어 친구에게 자문을 구하기도 하고!
알려지지 않았으면 유야무야 넘어갔지 않겠어?’ 하는 사심(邪心)도 보인다.
허나 형진이 아빠의 태도는 진심이라고 믿고 싶었다.(그렇게 믿고 싶은 것이 내 마음이지)
나는 역시 조심해야겠지! 공부만 할수 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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