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불공으로 이웃과 화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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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불공으로 이웃과 화목
  • 한울안신문
  • 승인 2002.11.07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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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 김중묵 종사


원불교 교도 한 사람이 집을 사러 어느 마을에 가니 집도 좋고 정원도 큰데 가격이 월등히 싸니 이상하다 생각했으나 그냥 계약을 했다. 그런데 동네 아낙네 몇 사람 수군거렸다. “아이고, 이 분들 어떻게 살을란고”
무슨 말이냐고 묻자, 내용인즉 그 윗집 사는 사람이 밤도둑이요, 여자는 눈치도 염치도 예의도 없이 멋대로 사는 사람이라, 이웃들이 진저리를 칠 뿐 아니라, 동네에서도 아주 내놓은 집이라는 것이다. 특히 이 집과는 담 하나 사이라 어찌나 괴롭혔는지 벌써 네 집이나 이사를 떠났고 다섯 번째라는 것이다.
그런데 이사 오자마자, 구정물이 휙 담을 넘더니 쓰레기, 볼펜껍질, 유리 깨진 것 할 것 없이 별별것이 다 담을 넘지 않는가. 자기집 쓰레기를 모조리 담 너머로 버리는 것이다. 얼마후 텃밭에 상추를 심었는데 다음날 뒷집 남편이 술을 먹고 오물을 토했다. 정말 더 참을 수 없었다. 그러나 괜히 시비 붙으면 이로울게 없을 듯해 꾹 참고 견뎠다. 그렇게 지내다 어느 날 다방을 가니 마침 이웃집 여자가 거기에 와 있었다. 상냥한 음성으로 말을 걸었다. “아주머니, 우리 이웃집 아주머니시죠? 진작 인사라도 해야 되는데 인사가 늦었습니다.” 뒷집 아주머니는 퉁명스레 “인사는 무슨 인사요?”라고 답한다.
“그런데 말입니다. 아주머니 땅을 좀 파고 구정물을 버리시면 팔도 안 아프고 좋을 거예요. 그렇게 하시지요” 하니, “괜찮아요. 나는 바빠서 그 짓 못해요” “그리 바쁘면 제가 파드릴까요.” 그러자 “아주 우리집 와 사시오, 살아” 하며 불쾌한 어조로 말했다.
이 소리에 어찌 속이 상하고 분이 났으나 참고는 집으로 돌아와 하는 수 없이 헐값에 집을 팔고 이사 할까 생각했으나 교당에서 사실불공법을 배웠기 때문에 좀더 불공을 해보기로 마음먹었다.
그러던 중 뒷집에 팔십 노모가 계신다는 말을 듣고는 불공법이 생각났다. 마침 제삿날이 되었기에 일부러 여러 음식을 장만해 이웃과 함께 그 집 부부를 초청했으나 오지 않았다. 그래서 장만한 음식을 고루 담아 어머니를 대접하라고 보내 주었다.
그 뒤로도 음식을 장만할 때마다 여러 가지 챙겨 보내 주기를 일곱 차례나 했다. 그러나 오물은 계속 날아들었다. 그런데 그해 섣달 그믐이 되었는데 뒷집 꼬마가 “검정닭이 낳은 오계란이랍니다”하면서 계란 두 꾸러미를 가져 오지 않는가. 어찌나 고맙고 재미있던지 금방 나가서 쇠고기 두 근을 사서 바로 보냈다. 그런 일이 있은 뒤로는 오물이 담 넘어오는 것이 뚝 그쳤다. 그 대신 “이것 좀 받아요” 해서 나가 보면 맛있는 음식, 색다른 음식이 담을 넘어오곤 했다. 사람 마음은 묘하여 이웃집 여자의 눈은 독사눈 같더니 지금은 좀 까다롭고 매섭기는 해도 그런 대로 괜찮게 보였다. 결국 이 교도는 사실불공을 성공리에 마치고 그 대가로 이웃간에 화목하고 값싼 집도 얻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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