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죽으러 가는 의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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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죽으러 가는 의형제
  • 한울안신문
  • 승인 2002.12.14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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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 김중묵 종사


정읍에 사는 육진기씨에게는 생사를 같이하기로 한 의형제가 있었다.
두 사람은 6·25전쟁이 터져 피난을 가다 아군과 적군의 교전 사이에 끼게 되었는데 서로 피난 방향에 대해 의견이 달라서 갈라지게 되었다.
육진기씨는 아군과 적군을 구별할 수 있었는데, 의형제는 이것을 바로 보지 못하고 적군 쪽으로 피난을 가자고 하였던 것이다.
육진기씨는 강력히 반대했으나, 의형제는 “그곳에는 바위들만 있으니까 아무 일 없어요!” 하며 강력히 그쪽으로 가자고 했다.
육진기씨는 다시 한번 아군 쪽으로 끌며 못가게 만류하자, 그는 잡은 손목을 뿌리치고 “죽으려면 당신이나 죽지, 왜 나까지 죽게 하려고 그래!” 하고는 혼자 떠나버렸다.
육진기씨가 하도 어이가 없어 숲속에 앉아 있는데, 의형제는 얼마 가지 않아 적군 쪽에서 쏘아대는 총에 맞아 쓰러졌다.

이처럼 숙세의 업장이 가리게 되면 보이지도 않고 들리지도 않아 자기의 업보에 휩싸이게 된다.
이 숙세업은 좋은 인연으로 맺어지기도 하고 나쁜 인연으로 맺어지기도 한다.
이렇게 숙세업으로 맺어지게 되는 인연에 있어서 부모와 친지, 친근자들의 알뜰한 만류와 진정한 권유도 듣지 않을 정도의 업장이라면 너무 무리하게 만류하지 않아야 한다.
무리하게 만류하게 되면 진리를 거슬리게 되어 부작용이 클 것이니 조심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업장을 초월할 수 있는 불보살이라면 정당한 만류를 하여도 능히 감당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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