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기로운 쌍무지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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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기로운 쌍무지개
  • 한울안신문
  • 승인 2003.01.02 0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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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 김중묵 종사


작지만 살기 좋은 한 나라가 있었다. 이 나라에서는 신비스럽게도 비가 내리지 않아도 언제나 향기로운 냄새가 나는 쌍무지개가 뜨곤 했다.
그 나라의 임금은 매우 검소하고 현명했지만 말 못할 고민이 하나 있었다. 그것은 늦은 나이에 얻은 공주가 뜻밖에도 아주 추한 모습으로 태어났던 것이다.
공주의 혼기가 되어 시집을 보내야 하는데 어느 누구도 공주를 며느리로 삼겠다는 사람이 없었다.
복숭아꽃이 화사하게 핀 어느 봄날, 임금은 다른 나라에서 온 젊은이 한 사람이 장사를 하다 실패하고, 이제는 뜻한 바 있어 공부에만 열중하고 있다는 소문을 들었다. 임금은 신하를 시켜 그 젊은이를 조용히 불러들였다.
“… 젊은이, 짐에게는 과년한 공주가 하나 있는데 너무 추한 외모 때문에 장가들려는 이가 없구려. 그대가 짐의 부마가 되어 준다면 평생 동안 부귀영화를 누릴 수 있도록 해줄 것이오.….”
젊은이는 한 나라의 부마가 된다니 기분이 좋았다. 추하면 얼마나 추하랴. 평생 부귀영화를 누릴 것을 생각하니, 당장 죽어도 여한이 없을 것 같았다. 그러나 공주의 얼굴을 본 젊은이는 깜짝놀랐다. 너무 추한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젊은이는 공주와 결혼한 다음, 임금이 말리는 것도 듣지 않고 자기 나라로 돌아가기로 했다. 그는 임금이 하사한 수많은 보물조차 거절한 채 여비만을 챙겨 갖고 공주와 함께 자기 나라로 돌아갔다.
젊은이가 공주와 결혼해서 귀국했다는 소식을 듣고 친척들이 공주를 보기 위해 몰려들었다.
젊은이는 공주가 자기의 추한 얼굴을 보고 놀라서 달아나는 친척들의 행동을 본다면, 그 얼마나 마음에 상처를 입을까를 생각하니 안타까웠다. 그래서 이런 이유, 저런 핑계로 자꾸 만나는 날을 미적미적 미루었다.
만날 날을 기다리다 지친 친척의 대표가 이렇게 말하게까지 되었다.
“자네 자꾸만 차일 피일 미루다니 안 되겠네. 이 달 보름에 안 보여 주면 엄청난 벌금을 물리겠네!”
젊은이는 걱정걱정하다가 공주에게 모든 이야기를 털어 놓았다. 그리고 보름이 되자 벌금을 물기 위해 많은 돈을 갖고 친척들에게로 갔다.
혼자 남은 공주는 하염없이 눈물만 흘리다가 부처님께 애원하기 시작했다.
“자비로우신 부처님! 부디 이 지지리도 못생긴 중생에게 자비를 베푸시어 제 낭군의 걱정을 덜어 주시옵소서!”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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