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혜의 섬 소록도
상태바
은혜의 섬 소록도
  • .
  • 승인 2003.02.21 21: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윤아 " 원숙회


2월 7일 원숙회 지도교무님이신 원효교당 문수영 교무님과 원숙회 5명 (송근혜, 한정인, 김민지, 김상엽, 유래경), 그리고 원효 교당 청년회 김명수오빠, 세은언니, 총 8명이 서울 역에 모였다. 이번 겨울훈련 주제를 종법사님의 신년법문을 실천하자는 의미에서 “절대약자를 보호하자”로 정하고 소록도 봉사활동을 하기로 한 것이다. (소록도는 1917년 자혜의원 때부터 한센병 - 흔히 문둥병, 나병 등으로 알려져 있다 - 환자들의 치료, 요양장소였다. 그 후 일제나 군사정권은 한센병 환자들을 강제로 격리 수용하고 강제노동을 시켰다고 한다. 물론 현대에 들어서는 섬을 드나드는 것도 상당히 자유로워 졌으며 원생들의 복리후생 역시 성장했다.)
배를 타고 5분도 채 걸리지 않은 것 같았다. 이렇게 가까운 곳에서 한센병 환자들에 대한 학살과 노동 착취가 행해졌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교당에 도착한 후 교무님 안내로 병원과 환자들이 생활하는 곳을 돌아보았다. 소록도의 모습은 참 아름다웠다. 공기도 무척이나 맑았고 숲이나 바다의 모습이 정말 아름다운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었다.
다음날, 아침 환자들을 보았다. 대부분 환자들은 앞을 잘 못보거나 듣지 못했다. 또 손가락이나 발가락이 성한 분들이 없었다. 심지어는 눈이 아예 없고 팔과 다리가 잘려져 나간 분들도 있었다. 처음 소록도에 간다고 했을 때는 조금 두렵기도 했다. 한센병 자체에 대한 두려움도 물론 있었지만 병을 앓고 난 후의 환자분들(사실 환자라 지칭하지만 그분들의 한센병은 완치가 되신 분들이다)의 모습을 보는 것이 두려웠다. 그리고 우리가 두려워하는 마음을 그분들이 눈치 챌까봐 두려웠다.
그러나 그분들과 얘기하고 청소 등을 도와드리며 있다 보니 생각만큼 그렇게 꺼려지거나 하지는 않았다. 오전에는 청소도 해드리고 목욕하는 것을 도와드리기도 했는데, 오후에 갔을 때는 특별히 청소를 해드리거나 도와드릴 일이 많지 않았다. 환자분들은 몸이 성치 않은데도 자신이 머무는 곳을 스스로 청소하고 정돈하며 살고 계셨다.
교무님께서 그분들의 하루 일과 대부분은 기도인데, 그 기도의 내용이 전부 사회와 나라와 온 세계의 평화를 기원하는 내용이라는 말씀을 해주셨다. 그 얘기에 놀라기도 했지만 사실 모든 분들이 그러실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봉사활동을 하면서 우리가 환자분들께 물어보면 모두 대답은 같았다. 성치않은 몸으로 강제로 소록도에 와서 그토록 힘든 인생을 살아 오셨음에도 마음속에 원망이 있는 것이 아니라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는 환자분들이 존경스러웠다.
오후 봉사활동 시간이 끝날 무렵, 할머니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 한 할머니가 직접 만든 한과를 들고 오셨다. 그 할머니는 우리에게 그 과자를 먹으라고 주셨는데, 우리는 사양했다. 겉으로는 두려움이 없다고 하지만 그래도 꺼려지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내색하지 않고 우리는 괜찮으니 할머니들 드시라고 했다. 그런데 한 할머니가 “이 할머니는 건강한 사람이야~ 먹어도 괜찮아~!” 하셨다. 할머니의 말씀에 참 마음이 아프고 죄송했다. 저녁이 되어 봉사활동을 마치고 소록도 탐방을 했다.
특히 중앙리 공원은 조경이 참 아름답고 특이하게 되어있었다. 일본식이라고 한다. 그곳은 당시의 원장이 (소록도는 원장이 거의 모든 권한을 가지고 있어 왕과 다름 없었다고 한다.) 환자들에게 휴식공간을 제공해 준다는 명분으로 환자들의 노동으로 만든 곳이다. 공원이 완성된 뒤 공원은 그곳을 방문하는 손님들에게만 공개되었으며 환자들은 마음대로 이용할수 없도록 하였다고 한다. 어느곳 하나 환자들의 아픔이 묻어나지 않은 곳이 없었다.
우리는 그분들이 절대 약자라고 생각했지만 그분들은 오히려 당신들보다 더 나쁜 환경에 처한 사람을 보살펴야 한다고 생각했다. 참 많은 것을 배웠다. 우리가 당연한 듯 받는 것이 참으로 큰 은혜라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