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나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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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나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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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3.04.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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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자원봉사 훈련에서 등촌1복지관 관장님의 강의 중에 “봉사하면서 이왕이면 내 부모, 내 가족에게 하는 것처럼 보은 즉 불공으로 배려하라”는 말씀을 들은 이후 외로운 노인들을 위해서 드라이브 봉사를 등록했었다.
그리고 오늘, 한 달 만에 드디어 나들이를 하게 되었다. 처음 하는 일이라 어색해서 마침 휴일이라 단잠을 자고 있는 아들에게 “오늘 할머니 한 분 나들이 시켜 드리려고 하는데 너도 같이 갈래?” 했더니 얼른 일어나 따라나선다. 이런 아들이 대견하고 고마웠다. 복지관에 갔더니 라문성 교무님이 할머니 한 분을 소개해 주셨다. 연세는 76세, 일주일에 세 번 혈액투석을 하시고 몇 년 전 당뇨로 인해 한쪽 다리를 절단, 휠체어를 타고 다니시는 분이라고 하셨다. 다소 긴장이 되었지만 머리를 곱게 빗고 우리를 기다리고 계시는 할머님을 뵈오니 걱정은 안 해도 될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할머니를 모시고 흑석동 국립현충원으로 향하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실생활을 여쭈었더니 “복지혜택 덕으로 그런대로 살만하며 때때로 복지관에서 도우미가 와서 집안일을 해주고, 혼자 있을 때는 TV를 동무 삼아 그리 외롭지 않다”하시는데 생활에 적응을 잘 하시는 모습이 보기에 좋았다. “이제는 혼자가 아니라 우리들이 가끔 찾아 뵐테니 외로워하지 마세요”했더니 정말로 좋아하신 모습이었다.
얘기를 주고받는 가운데 현충원에 도착한 우리 세 사람은 눈앞에 펼쳐진 풍경에 감탄사를 연발했다. “할머님 덕분에 우리 모자가 이 좋은 경치를 보게 되었네요. 고맙습니다”했더니 답 대신 환하게 웃으신다. 꽃에 취해 사진도 찍고 도란도란 얘기도 하며 잘 정돈된 산책길을 걸어가는데 구경 온 사람들이 “三代가 봄나들이를 왔나보다”하는 부러운 시선으로 쳐다본다.
약수터에 들러 준비해온 딸기를 씻어 먹는데 “오늘은 할머니 한 분만 모시고 오붓하게 지내보세요”라는 교무님 말씀이 충분히 이해가 되었다.
“할머니! 내생에 이런 좋은 곳에 태어나시면 참 좋겠지요?” 그랬더니 “그럼 천당이지” 하신다. “할머니 얼굴을 뵈오니 충분히 극락가시겠어요” 했더니 소리 내어 웃으셨다.
점심시간에는 장애인에게 불편함이 없는 엘리베이터가 있는 식당에서 설렁탕을 맛있게 먹었다. 할머니를 댁으로 모셔드리고 돌아오는 내 마음은 감동과 감사함과 즐거움으로 가득 찼다. 아무 탈 없이 하루를 지켜주신 법신불 사은님과, 이런 소중한 경험을 하게 해주신 복지관 교무님과, 쉬고 싶은 마음 접고 말없이 함께 해준 아들과 용돈까지 챙겨주며 따뜻한 마음으로 봉사하게 해준 남편께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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