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선락(四禪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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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선락(四禪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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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3.06.12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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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선락(四禪樂)
정산종사 사선락(四禪樂)에 대하여 말씀하시기를 「첫째, 이생희락지(離生喜樂地)라, 처음 수도하는 자로서 우주 만유를 대할 때에 불생불멸의 진리를 아는 것이니라. 보통 공부하지 않는 자는 만유를 대할 때에 항상 있는 줄로만 알아서 우주의 성주괴공(成住壞空)과 만물의 생로병사(生老病死)를 알지 못하고 그 있는 것을 영원한 것으로 알아 유상(有常)에 집착하거나, 또는 그 반대로 무상(無常)만을 배운 자는 아주 없어지는 줄로만 알아 공(空)에 떨어지므로 상견(常見)과 단견(斷見)에 집착하는 생각을 놓고 여기서 한 걸음 나아가, 이 우주에 변함은 있으나 영원불멸한 진리가 있어 불생불멸(不生不滅)한 진리가 돌고 돌아 순환불궁(循環不窮)하는 것을 알아서, 만물의 변태와 인생의 생로병사에 다함이 없는 진리를 아는 것이 이생희락지의 지경이니라.
둘째, 정생희락지(定生喜樂地)라, 우주 만유가 생멸이 없는 이치는 설사 알았다 할지라도 실지 경계를 접응(接應)한 즉 동하고, 본래 번뇌망상(煩惱妄想)이 없는 줄은 알았지마는 외경(外境)을 접한 즉 번뇌가 일어나며, 본래 자성(自性)에 자비(慈悲)가 구족(具足)한 줄은 알았으나 또한 실지에는 자비가 발(發)하지 않나니 이것은 다 정력(定力)이 부족한 것이니라.
이 정생희락지(定生喜樂地)는 실지 경계에 마음을 그대로 잡아 쓰는 것으로 서화담 선생이 배를 타고 가다가 풍파를 만나 배 안의 사람들이 안심을 얻지 못하고 발광증(發狂症)을 보였으나 선생은 잠을 자고 있는지라, 한 스님이 자기의 정력(定力)정도로는 마음에 안심을 할 뿐인데 잠자고 있는 선생을 보고 이상히 여겨 마침내 인사를 드리고 제자가 되었다는 이야기가 있나니, 이러한 예는 실지 거기에 잡아 쓰는 것이니라.
천하를 호령할 만한 권위가(權位家)나 부귀공명(富貴功名)을 떨치는 부호가(富豪家)라도 영원불멸의 진리에 눈 뜬 도인들이 볼 때에는 한 때의 뜬구름과 같은 것이요, 웃음거리에 불과하나니 그러므로 서산대사는 “만국도성여의질(萬國都城如蟻질) 천가호걸약해계(千家豪傑若해鷄) 일창명원청침(一窓明月淸枕) 무한송풍운부제(無限松風韻不齊)”라 한 것은 그 심경을 표현한 것이니라.
또 한가지 어려운 것은 공부가 어지간히 되어 가지고 푹 올라가기가 어렵나니라. 우리의 법위등급(法位等級)에서 법강항마위(法强降魔位)에 오르기가 제일 어렵나니 아는 것이 좀 생기고, 지위가 좀 올라가면 자만심(自慢心)이 생겨서 만족하여 버리면 바로 퇴보가 되므로, 그때 굳은 용맹지심(勇猛之心)으로 힘을 불끈 써야만 출가위(出家位)에 오르는 것이니라.
셋째, 이희묘락지(離喜妙樂地)라, 이 경지는 낙(樂)이라는 것도 없어서 매사가 처음 보면 새롭고 신기하고 좋으나 항상 거한 즉 평평(平平)한 것이니라. 공부 길도 처음은 재미가 있고 새로우나 오래 오래 익히고 보면 좋은 것도 나쁜 것도 없이 여여평등심(如如平等心)이 되나니, 그리하여 임의로 마음을 내되 법도에 어그러지지 않아서 임운등등(任運藤藤)하는 유적심경(遊的心境)이요, 종심소욕(從心所欲)하되 불유구(不踰矩)하는 지경이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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