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석의 세상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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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석의 세상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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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4.09.23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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낡은 이념논쟁 의미없다
반세기 전, 우리는 동족 간 이념의 차이로 인해 비극적인 전쟁을 하였다. 그 결과 무려 3백만 명이라는 엄청난 희생자가 발생했다. 그 이후 남과 북으로 갈라선 양측의 증오심은 극단적인 냉전대결로 나아갔고 대화하기까지는 정말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러나 90년대 초 소련이 붕괴되면서 더 이상의 이념대립은 의미가 없어졌다. 체제경쟁을 하던 세계는 공산주의의 종말과 함께 자본주의의 완전한 승리로 결론이 난 것이다. 그러나 세계는 공산주의의 공백을 신자유주의라는 극단적 자본의 경쟁구도로 메꾸어 나갔다. 세계는 너 나 할 것 없이 체제경쟁에서 자본경쟁으로 뛰어들었다. 무한경쟁과 세계화의 물결 속에 러시아도, 중국도 예외일 수는 없었다. 서로 앞 다투어 자본주의 체제를 받아들이고 경쟁하기 시작했다.
지금 중국은 실용적으로 한 나라 속에 공산주의와 자본주의 양쪽 체제를 인정하며 ‘일국양제’ 정책을 추구하고 있고 세계 자본주의의 핵심인 WTO에 가입하여 자본과 에너지를 블랙홀처럼 빨아들이고 있다. 세계는 더 이상 과거와 같은 이념대립, 이데올로기 전쟁에 매달릴 여유가 없다. 중요한 것은 어떻게 하면 다른 나라와의 경쟁에서 승리하여 잘살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그런데 우리 사회는 이미 결론이 난 자명한 역사적 교훈을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다. 남한에 사는 어느 누구를 막론하고 북한과 같은 전체주의 사회를 택할 사람은 없다. 설령 그런 헛된 구호를 외치는 이들이 있다 할지라도 사회는 그를 인정하지 않을 것이다. 낡은 공산주의 선전선동 구호는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은 것이다.
지금 논란이 되고 있는 국가보안법 문제는 새삼스러운 문제가 아니다. 지난 십수 년간 개폐 문제가 분분했었고, 심지어 보수정당인 한나라당 내부에서조차 논란이 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과거의 이념대립 논쟁에 묶여 한 치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대산종사는 반공보다는 용공이 좋고, 용공보다는 화공이 좋다는 법문을 하셨다. 공산주의에 대한 서슬 퍼런 억압이 존재하던 60년대 당시 우리 교단의 최고 어른이 이런 말을 했었다는 것은 참으로 놀라운 일이다.
지금 우리 사회가 한 발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분열과 반목보다는 화합과 조화, 공존과 공생이 중요하다. 오히려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부분은 자본주의냐 공산주의냐 하는 이분법적 논리가 아니라 물질과 욕망을 추구하며 공멸의 길을 갈 것인가, 공존하며 조화를 이루는 차원 높은 도덕문명을 만들어 낼 것인가 하는 점에 있다.
우리는 위기의식을 가져야 한다. 그러나 그 대상은 북이 아니라 바로 우리들이다. 우리 스스로 지금과 같이 물질 중심적인 삶의 방식을 포기는 하지 않는 한, 얼마 못가 세상공멸의 끝을 보게 될 것이다. 제한된 에너지, 제한된 자원 그리고 늘어나는 욕망. 이것은 이미 끝장난 공산주의의 망령보다 더욱 더 무서운 것이다.
지금 우리가 사는 세상의 한 쪽에서는 먹다버린 음식물들이 산더미처럼 쓰레기로 쌓이고 있는데, 한 쪽에서는 하루에 무려 5만 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굶주림으로 죽어가고 있다. 이미 물질문명의 수레바퀴는 브레이크 없는 자동차처럼 질주하고 있다. 낡은 이념 논쟁에 매달리기보다 일원주의를 통해 모든 사람들이 조화롭게 화합하며 살 수 있는 길이 무엇인지를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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