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위원칼럼-김도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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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위원칼럼-김도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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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4.10.14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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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은을 느끼는 계절
맑고 높은 하늘, 신선한 공기. 대도시에 살더라도 각박함이 느껴지지 않는 유일한 계절이 가을인 것 같다. 하물며 울긋불긋 물드는 산야, 누렇게 물결을 이루는 들판을 바라볼 수 있다면 천지의 고마움이 저절로 다가오는 것은 당연하다. 천지의 은혜에 감사하는 마음은 올해의 쌀농사가 대풍이었기에 더욱 커진다. 그 고마운 감정 그대로 담은 한가위 명절이 그래서 가을에 오는 것이리라. 서양의 추수감사절 “Thanksgiving Day"도 가을에 오는 것을 보면 동서양을 막론하고 풍성한 수확을 주는 대자연에 대한 감사의 감정은 역시 가을에 절정을 이루는 것인가 보다.
이렇게 저절로 마음을 넉넉하게 하는 가을을 맞아 우리 원불교 불제자들은 어떤 마음을 가져야 할까?
먼저, 흔히들 설명기도에서 서원 올리듯이 천지의 은혜에 보은하는 마음 더욱 다져야 하겠다. 여기서 더 주의해야 할 것은 천지가 우리에게 이 가을에 은혜를 베풀어 주기 위해서 일년 내내 정성으로 은혜를 가꾸어 왔다는 점이다. 이 가을에 쉽게 느끼는 천지은과 쉽게 가지게 되는 천지에 보은하고자 하는 마음들을 일년 내내 놓지 말고 그 감사하는 마음을 키워나가야 하겠다.
다음으로, 천지가 은혜를 베풀어 주었다고 천지에 은혜 갚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천지가 보은하는 사람에게나 보은하지 않는 사람에게나 상없이 큰 은혜를 베풀고 있음을 본받아, 그 큰 은혜를 느끼는 불제자라면 당연히 자기보다 못한 이웃을 돌아보아야 할 것이다. 이런 자비로운 마음이 일어날 때에야 비로소 천지의 큰 은혜에 진정으로 보은하는 불제자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이렇게 천지가 좋은 계절을 주었으니 더욱 매진하여 성불제중의 서원을 이루는 데 한 걸음 더 다가가는 일이다. 흔히들 말하듯이 가을은 놀기도 좋은 계절이고, 일하기도 좋은 계절이지만 역시 마음공부의 고삐 다시 조이기에도 더 없이 좋은 계절이다. 궁극적으로 우리 불제자들로서는 성불제중의 큰 서원을 이루어내는 것이야말로 천지은에 보은하는 길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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