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택 교구장의 교리로 풀어본 세상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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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택 교구장의 교리로 풀어본 세상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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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4.12.02 0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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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만원이면 인생역전
수학능력 시험 실시 후 나라가 시끄럽다. 휴대폰을 이용한 조직적인 부정 사건이 하나하나 밝혀지면서 온 나라가 야단법석이다. 부정시험이 사전에 감지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이것을 막지 못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학교도 마찬가지요, 교육당국도 마찬가지이다. 학교도 못 막았고 교육 당국도 못 막았다는 것이다. 딱 한 차례 시험으로 12년 학창시절을 평가한다니 여기에 사생결단하고 달려 들 것임에 분명하다. 물 불 가리지 않고 어떻게든 시험을 잘 치고 좋은 성적 받아 좋은 학교에 진학한다는 절박함을 무엇으로도 막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런 절박함이 어찌 양심적 시험을 치루겠다는 각서 한 장으로 대치될 수 있을 것인가 반성해볼 대목이다.
거기다 더욱 기막힌 일은 ‘50만원이면 인생 역전’이라는 공공연한 유혹이 있었다는 것이다. 즉 휴대폰을 이용한 부정시험의 가입자를 모집하면서 내 건 슬로건이 ‘50만원이면 인생 역전’이라는 것이다. 얼마나 기발한 착상인가? 인생 출세의 길에서 대학이라는 것은 필수적인 과정이며, 이 과정에서 인생 역전이 가능하다면 50만원은 정말 달콤한 미끼가 아닐 수 없다. 이 나라에 사는 보통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생각했음직한 유혹을 미화시켜 제시한 것이다.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환경과 인간의 심리적 세계를 교묘히 파고든 슬로건임에 분명하다. 부정을 유도하면서 사용한 슬로건 치고는 너무나 재치 넘치는 문구이다.
나는 이 슬로건을 정당화시키기 위해서 이처럼 구체적인 내용을 기술하는 것이 아니다. 부정을 유도하면서까지 제시한 슬로건 치고는 그 기발함이 돋보인다는 것이다. 이런 지식을 정당한 것에 활용한다면 얼마나 좋을 것인가 하는 안타까움에서 하는 말이다. 인생 역전이 얼마나 좋은 일인가? 만일 인생 역전이 가능하다면 그것은 역시 드라마와 같은 것이며 스릴을 즐길 일이다. 그러나 아무리 목적이 정당하여도 그 목적을 이루는 과정이 부당하다면 결코 그 일은 정당화될 수 없다.
50만원으로 인생 역전을 시도하는 것은 결코 정당화될 수 없는 일이다. 뿐만 아니라 그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다. 불가능한 일을 가능한 일처럼 꾸민 것도 잘못이요, 또 여기에 가담하는 일도 용납될 수 없는 일이다.
우리가 가끔 사용하는 말 중에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는 말이 있다. 그냥 무심히 가끔 사용하는 말이다. 그러나 우리는 이 말을 잘 분석하고 새겨 보아야 한다. 서울 가는 것이 목적이다. 서울을 가기 위해서는 여러 갈래의 길이 있다. 그런데 이 말이 포함하고 있는 뜻은 어떤 길을 택하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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