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각감상 - 오형준(전농교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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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각감상 - 오형준(전농교당)
  • 한울안신문
  • 승인 2006.04.10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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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살에 본 방화관리자 시험
원불교회관에 온지도 2년이 되어간다. 어느날 교무님께서 방화관리자 선임교육을 받으라고 하셨다.
그리고 며칠 후 교육을 받으러 교당엘 나갔다. 첫시간에 교재를 받고 강의를 듣는 순간 ‘아차 내가 잘못왔구나’ 하는 생각이 머리에서 번쩍 스쳐갔다. 강의를 듣다보니 듣는 순간 5분도 못되어 앞에서 들은 이야기가 생각이 나질 않았다, 나이탓일까?
그때는 교무님이 원망스럽기도 했다. ‘하필이면 70이 넘어간 나를 선택했을까’하고. 생각해보니 ‘그럴수 밖에 없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교재에 요점만 줄을 그어놓고 보고 또 보고 하던 중 어떤 사람이 중요한 요점만 필기해 주면서 꼭 나올터인즉 잘 기억해 두라는 것이다.
그 문제를 읽고 또 읽고 해도 머리속엔 남아있지 않았다. 그래서 시간만 나면 눈으로 익혀두었다. 4일째 오전 교육을 마치고 시험에 들어갔다. 시험장에 앉아 있으니 앞이 깜깜했다. 책상위에 팔꿈치를 올려놓고 두손으로 턱을 바치고 눈을 감고 딴 생각에 잠겨 있었다. 한참을 있다보니 어느 사이에 내손은 합장이 되어 있지 않은가. 나도 모르게 ‘거룩하신 법신불사은이시여 도와주옵소서’ 하고 기도를 하는데 급했던가? 도와주옵소서 ……. 이 말 밖에는 나오지 않았다.
그런데 시험지와 답안지를 받아들고 보니 이게 어찌된 일인가. 앞이 깜깜했던 마음은 사라지고 마음이 편했다. 문제의 답이 환하게 보이는것 같았다. 그래서 답안지를 체크하고 편한 마음으로 합격을 했다. 그런데 처음에는 반갑고 웃음이 나오다가 한숨으로 바뀌는 것이다. 왜 그럴까, 내 나이 70이 넘어서 이 자격증을 얼마나 사용할까 하는 마음이었을까? 집에 들어서자 마자 어떻게 됐느냐고 다그친다. ‘합격했다’고 하니 ‘아직 쓸만하구먼’ 하는 아내와 나는 웃어버렸다. 둘이서 웃다보니 젊어서의 장난끼가 생겼다. 교무님께 전화를 하니 수화기를 들자마자 어떻게 됐느냐고 물으시는데 ‘아침에 미역국도 안먹었는데 떨어졌다’고 하니까 ‘고생만 했네’하고 웃으시는데 나도 따라서 웃었다.
문제는 다음날 출근해서였다. 전날밤에 재정부원장님께서 교무님께 나의 시험 관계를 물으셨다고 한다. 교무님께서 떨어졌다고 하니 웃으시며 ‘노인네가 고생한 보람도 없네’하셨다고 한다.
두 분 교무님께 거짓말을 했으니 죄송하다. 농담이나 장난도 좋지만 거짓말을 해서는 안되겠다는 마음을 다짐하고 맹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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