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명재교수의 생활의 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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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명재교수의 생활의 발견
  • 한울안신문
  • 승인 2006.07.13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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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빈치 코드'와 교화


영화와 소설 ‘다빈치 코드’가 화제가 되고 있다.? 특히 기독교 단체에서 영화 상영 금지를 신청했지만 기각되면서 그 내용이 더욱 관심을 끌게 되었다.? 문제가 되는 부분은, 예수는 성경에 나오는 막달라 마리아라는 여인과 결혼했고 그 후손이 아직 살아있다는 것과, 성배(聖杯)라는 물건이 기존에 우리가 알고 있던 것이 아닌 다른 것을 의미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빈치가 그린 그림 최후의 만찬을 통해서 그 성배의 비밀을 밝혀가는 과정이 흥미롭게 전개되는데, 예수의 오른 쪽에 앉아있는 사람이 요한이라고 믿어져 왔으나 실은 남자가 아니라 여자로서 예수의 아내인 막달라 마리아라는 것이고, 예수와 그녀 사이에 그려진 V자의 형태가 바로 여성을 상징하는 것으로, V자=성배=여성의 자궁을 의미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해석에 대해 왜 기독교 단체에서는 기를 쓰고 반박을 하는 것일까?? 하나는 예수를 인간과 동일시함으로서 신격화를 부정하는 것이기 때문이고, 또 하나는 성배의 초기 역사, 즉 성배는 그리스도가 최후의 만찬 때 사용한 잔이며 후에 요셉이 십자가에 매달린 그리스도의 상처에서 흘러내리는 피를 받기 위해 사용한 잔이라는 것을 부정하기 때문이다.? 한 마디로 기독교의 입장에서 보면, ‘다빈치 코드’는 예수의 신성성을 부정하고 먹칠을 한, 용서할 수 없는 이단적 행위의 산물인 것이다. 역사적으로도 예수의 인성과 신성에 대해서 많은 논란과 희생이 따랐다.? 즉 예수를 인성과 신성의 복합체로 보는 경우와 예수의 인성을 부정하고 오로지 신성만을 주장하는 경우의 대립이다.? 살아있는 인간이 신일 수는 없다.? 그러나 예수만큼은 예외이고, 수많은 희생을 통해서 신으로서의 예수가 존재하게 된 것이다.? 여기에는 논리가 중요하지 않다.? 오로지 믿음이 있을 뿐이고, 이러한 예수의 신격화는 기독교의 파괴력 있는 전도의 원천이기도 하다.? 이런 유력한 전도 자산에‘다빈치 코드’가 딴죽을 건 셈이니 기독교 단체가 발끈한 것도 무리가 아닐성싶다.? 비밀을 추적해온 주인공 랭던(톰행크스)이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예수의 후손인 소피에게 건넨 한마디, “예수가 신인지 아닌지 그 사실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당신의 믿음이 중요한 것”이라는 대사가 인상에 남는다. 영화를 보면서 우리 원불교의 교화력을 생각해 보았다.? 인구 센서스 결과에 나타난, 개교 91년에 13만이라는 교도 수는 잠재적인 교도를 감안하더라도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가.? 그렇다고 해서 기독교처럼 대종사님을 신격화할 수는 없는 노릇이고, 결국은 교리에 대한 홍보와 믿음을 강조할 수밖에 없는데, 이렇게 해서는 교화에 힘이 실리지 않는다.? 지난 주 봉도수련원에서 있었던 서울청운회 여름훈련에서도 수도권교화 활성화 방안이 주제가 되었고, 재가가 나서서 교화에 힘을 기울여보자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지만, 효과적인 교화 방안을 제시하는 것은 참 어려운 일인 것 같다.? 원불교의 독창적이면서도 뛰어난 교리가 교화의 제일가는 자산이라고 생각하지만,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가 되듯이 교화로 연결되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문화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는 요즈음, 원불교를 문화와 접목시키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일원상, 교무님의 복장과 교당의 모습, 성지, 교육 및 자선기관 등, 이 모든 것이 문화의 범주에 드는 것은 물론이나, 교리의 문화적 재생산이야말로 대중이 원불교에 쉽게 접할 수 있는 지름길이요 획기적인 교화력의 기폭제가 될 것이다.? 지금도 교전 안에서는 삼학팔조, 사은사요와 같은 원불교의 수많은 구슬들이 보배로 거듭나기 위해 우리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다. 이문교당 / 한국외국어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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