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탁 교수의 세상읽기
상태바
김정탁 교수의 세상읽기
  • 한울안신문
  • 승인 2006.07.28 03: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종교학자 최준식 교수의 원불교관
지난해 초 쯤 한울안신문에 이화여대 한국학과 최준식 교수의 인터뷰가 실린 적이 있다. 당시 최 교수는 『한국의 종교, 문화로 읽는다 3』는 책을 발간했는데 이 책은 원불교와 증산교에 관한 내용이다. 이 책은 아마도 비교도 종교학자로서 원불교를 가장 객관적으로, 또 가장 본격적으로 다룬 최초의 책이 아닌가 싶다. 필자는 최 교수가 원불교를 어떻게 다루었는지 궁금해서 책을 구입하려고 책방에 갔지만 책을 발견할 수 없어 아쉬움만 남긴 채 지금까지 지내왔다. 그러다 최근 출국 인사 차 들렀던 원남교당에서 이 책을 빌림으로서 마침내 접할 수가 있었다. 그리고 미국으로 가는 비행기 안에서 읽었는데 이 책 읽기를 정말로 잘했다는 생각을 수차례나 했다. 무엇보다 이 책에서는 소태산 대종사님이 너무도 편안하게 다가왔다. 정전에서 접하던 선각자로서의 ‘어려운’ 대종사님이 아니라 바로 내 옆에 다정하게 서 계시는 ‘인간적인’ 대종사님을 만났기 때문이다. 이런 인간적인, 아니 너무나 인간적인 대종사님의 모습을 대하면서 우리들 신앙생활이 거창한 구호와 담론과 행동 속에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생활세계 속에서 하나하나 실천되어야 한다는 소박하면서도 담대한 원불교 정신을 다시 한번 되새기는 계기가 되었다. 그리고 불전 앞에 걸려 있는 딱딱한 모습의 대종사님 사진만 보아오다가 이 책에서 다른 사진들을 보게 되었는데 이런 사진들이 왜 널리 알려지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생겨날 정도로 대종사님의 얼굴이 영화배우처럼 잘 생기셨다는 사실이다. 이런 사진이야말로 ‘편안하고’ 또 ‘인간적인’ 대종사님 이미지를 만들어 내는데 가장 좋은 텍스트라고 보여지는데….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감명 받았던 점은 책 저자의 원불교관이다. 학문적 객관성을 유지해야 하는 종교학자라는 어려운 입장에도 불구하고 최 교수는 원불교에 대해 극찬에 가까운 찬사를 쏟아 부었는데 저자의 글을 인용하면 “….우리나라 사람들은 전통문화가 소중한 것을 알아 인간문화재를 지정하고, 한복도 새로 만들어 입으면서 왜 우리에게 꼭 맞는 종교의 가르침은 외면하느냐는 것이다. 동학부터 시작해 증산교나 원불교의 가르침은 세계적인 것인데, 왜 그렇게 관심이 없고 심지어는 무시하느냐는 것이다... 다른 것은 신토불이 정신에 맞추어 이 땅에 나온 것만을 찾으면서 정작 중요한 정신은 이 땅에서 찾지 않느냐는 것이다. 나는 그 때 내가 조금만 일찍 태어났더라면 소태산이라는 엄청난 인격을 친견할 수 있었을텐데. 그러면 달려가서 그의 제자가 되었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너무 컸다.”(한국의 종교 3, 183~4쪽) 그리고 필자는 언젠가 서울회관에서 있었던 최 교수 강연을 들으면서 글에서 밝힌 내용이 단순한 과장이 아니라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하는 대목이 있는데 그것은 19세기를 한국정신사에 있어서 가장 위대한 시기라고 규정하고, 그 이유로서 이 시기에 원불교, 천도교, 증산교라는 민족종교가 동시에 탄생했다는 사실을 든 점이다. 한 종교가 만들어지려면 그 민족의 정신적 수준이 높지 않으면 불가능한데 우리 민족은 19세기에 새 종교를 세 개 씩이나 만들어냈다는 사실이 종교학자 눈에 위대하게 보인 듯 했다. 최 교수는 이어서 또 하나의 중요한 사실을 전했다. 한국에는 유교, 도교, 불교, 샤머니즘이라는 네 개의 전통 신앙이 있는데 천도교는 유교를, 증산교는 도교를, 원불교는 불교를 시대에 맞게끔 소위 업그레이드 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기독교는 한국에 유입되면서 우리의 전통적 샤머니즘과 결합하면서?기복신앙적 요소가 강하게 부각되었다는 것이다. 어쩌면 한국의 전통적 샤머니즘이 오히려 기독교를 흡수해서 한국적 기독교로 다시 만들어 냄으로서 오리지널 기독교와는 점차 거리가 멀어진다는 것이다. 그만큼 한국의 샤머니즘이 우리들 의식 속에 뿌리가 깊어서 서양 종교라도 그 앞에서는 무력해진다고나 할까. 하기야 한국 불교에도 그런 샤머니즘적 요소가 많지 않았는가? 불공 하러 절에 가면서도 스님의 신통력에 의존해서 자신의 미래를 점치려는 사람도 있지 않은가. 대종사님 말씀이 훌륭하다는 점은 그런 샤머니즘적 요소를 철저히 배제했다는 사실이다. 바로 이것이 타력종교와 자력종교의 차이일 것이다.? 여기에 새로운 세대들을 위한 교화 포인트가 있다고 본다. ‘자력종교 원불교!’, 덧붙여서 ‘민족종교 원불교!’가 그것이다.? 최 교수 책은 이런 사실들을 우리들에게 더욱 진솔하게 전달하고 있다. 꼭 일독을 권하고 싶다. 교과서만 읽다가 참고서를 보는 심정으로 말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