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인신 교무가 들려주는 산속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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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신 교무가 들려주는 산속이야기
  • 한울안신문
  • 승인 2006.09.07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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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음꽃


“교무님은 웃음이 참 좋아요?”
신도안 오막집에서 대산종사님 모시고 살때였습니다.
연탄불에 밥을 지으며 지극히 소박하게 살던 시절이었는데 어느날 후배 교무님이 손을 꼬옥 잡고 얼굴을 마주보며 전해주는 말이었습니다.
순간 놀랍기도 하고 신선한 충격이기도 했습니다. 고맙다며 함께 웃었죠. 그때부터 저의 웃음소리가 귀에 들려왔습니다. 다른 사람의 웃음도 그 흐름을 따라갔습니다.
그러던 어느해 봄 원평교당으로 옮겨 살게 되었는데 그 곳도 종법사님이 머무시는 아주 작은 오막집이었습니다. 부엌에서 웃으면 바로 방으로 통하기 때문에 주의심을 가져야 하는데 왜 그렇게 웃을 일이 많은지 조절이 되지 않았죠. 드디어 경고가 내렸습니다. 선배 교무님이 종법사님 쉬시도록 웃음보를 좀 닫으라는 얘기였죠.
그 때부터 조금 긴장을 하고 웃음이 나오면 손으로 입을 가리고 속으로 웃곤 했는데 며칠 지나 종법사님께서 부르시더니 “나는 너희들이 웃으며 사니 참 좋다. 많이 웃고 살아라”하셨습니다.
얼마나 가슴이 후련하던지요. 여름을 보내며 그 시절의 추억이 떠올랐습니다.
오덕 훈련원 뜰에는 갖가지 꽃들이 피어나 해맑은 미소를 내어 주기도 하지만 이곳을 다녀가시는 분들의 웃음꽃은 크고도 화려했습니다.
웃음소리, 덩달아 가슴이 열리고 함께 행복해지는 크나큰 선물이죠.
그런데 그 웃음소리에 밤잠을 설치는 날이 여러날이었습니다.
밝은집 법당에서 부르는 노래 소리 웃음 소리가 새벽 2시 3시를 넘어가곤 했습니다. 창문을 열고 바라보면 언제 끝날지 전혀 기미가 보이지 않아 조용히 찾아가 .똑.똑 노크를 하고 “밤이 너무 깊지 않았나요?”그 말을 던지고 돌아왔죠. 다음날 조용하리라는 기대는 또 무너졌습니다. 어느날은 박교무님이 찾아가서 “창문을 좀 닫아주시겠어요”했다는군요. 식당으로, 숙소동으로, 사무실로 땡볕을 휩쓸고 다니다 이렇게 잠을 설치는 날 아침엔 서로 눈치를 보며 인사를 건넵니다. “지난밤 잘 잤나요?”조금 부시시한 박교무, 조금 가물거리는 안교무, 조금씩 흔들리는 내 모습. 정말 웃음보가 터졌는지 새벽 4시를 넘었다는 주방의 옥순님, 이렇게 서로를 확인하고 위로하며 함께 웃었습니다. 뜨거운 여름날의 선물이었죠.
두 번째 5박 6일 집단상담 코스를 마치고 떠나는날 거기에 참여한 잠실 교도님 “정말 미안해요. 어떻게 제어 할 수가 없었어요. 너무 재미있는 분들이 오셨거든요.” 교수님도 계산하러 사무실에 오셔서 미리 소문을 들었는지 “우리 식구들이 어젯밤에도 늦게까지 놀았다지요.” 몹시 미안한 표정으로 사과 하기에 우리가 잠이 부족해 조금 피곤하기는 하지만 그 분들이 마음을 열고 그렇게 웃을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일이냐고 했더니 고맙다며 안심하는 모습이었습니다. 정말 많은 웃음 속에 여름을 보내면서도 우리 가족은 싱싱한 윤기를 잃어가고 있지 않았나 싶습니다.
골조만 세워진 본관 건물 빛과 저의 얼굴빛이 꼭 닮았다는 교도님. 겉으로는 웃어도 마음 한켠에 수심이 가득해 보인다는 교도님도 계셨습니다. 얼굴은 마음의 거울이라죠. 억지로는 잘 안되는 모양입니다.
웃음 10계명에 보면 어려울 때일수록 많이 웃어야 된다고 합니다. 스트레스가 만병의 근원 이라면 웃음은 만병의 치유약이 된답니다. 재미있는 일이 있어야 웃기도 하겠지만 작은 일에 감사하며 긍정적으로 살아갈 수 있다면 웃음꽃을 피워낼 수 있지 않을까요.
웃음꽃에 물든 여름! 사람들이 떠난 빈자리에 청청한 달빛이 머물고 귀뚜라미가 가을을 노래합니다.
오덕훈련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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