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한다'는 의미를 배운 성지순례-손덕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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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한다'는 의미를 배운 성지순례-손덕상
  • 한울안신문
  • 승인 2007.01.04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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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람의 열 걸음보다 열 사람의 한 걸음'이란 말이 있다. 혼자 앞서 가지 말고, 조금씩이라도 같이 가는 것의 소중함. 나는 많은 청년회원들이 함께 한 겨울훈련 ‘대종사님의 성적(聖跡)을 찾아서(12월 23~24일)’가 참으로 소중하게 여겨진다. 삼밭재에 올라 옥녀봉 옆으로 내려오는 3~4시간 동안 앞서거니 뒤서거니 가방을 대신 들어주기도 하고, 기다려주기도 하면서 함께 한다는 그 느낌은 더욱 깊어갔다. 훈련중에 가장 소중한 것은 밤에 중앙봉에 올라 산상기도를 올렸던 일이다. 기온이 많이 낮진 않았지만 그래도 겨울밤이니 만큼 만만찮게 싸늘한 날씨였다. 몇 겹의 옷을 껴입고, 손전등을 들고 더듬더듬 오른 중앙봉. 한날 한시에 봉우리에 따로따로 올라 기도를 올렸던 아홉 분 제자들처럼은 아니지만 우리는 중앙봉에 각자 자리를 잡고 앉아 입정에 들었다. 콧등을 스치는 바람과 맑은 별빛 속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이 바람과 별빛이 정산종사님이 느끼셨을 바로 그 바람과 별빛 아니었을까. 원불교선학대학을 지키는 진돗개 ‘법성(法聖)이'가 기도하는 내내 우리 곁을 지켜주어서 더욱 든든했는지도 모른다. 이튿날 삼밭재에서 30일 기도 결재식을 올렸다. 각자 살아온 길도 다르고, 하는 일도 다르고, 108배를 할 지 33배를 할지 다르며, 각자 품은 서원도 다 달랐겠지만 함께 한다는 것이 소중했다. 은평교당 청년들은 그렇게 작은 시작을 함께 했다. 그 작은 시작들이 우리들을 어디로 데려다 줄지 모르겠지만, 매일매일 스스로에게 그리고 법신불 일원상께 한 약속을 어기지 않고 간절하게 기도하는 마음을 지켜나가야겠다. 사람으로 태어나 할 수 있는 일이 많이 있을 것 같지만 또 살아온 짧은 지난날들을 돌아보면 꼭 그렇지도 않은 것 같다. 하지만 대종사님은 일찍부터 자신의 길을 가셔서 참 많은 일을 이뤄내신 듯 하다. 대종사님은 4살 때 이미, 11살 때 이미, 25살 때 이미…. 이런 말씀들을 접하며 처음엔 이런 생각이 들었다. ‘대종사님을 높게 보는데는 참 좋은 듯 한데, 이렇게 평범하게 살고 있을 뿐인 나는 너무 작고 초라한 존재 아닌가.’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면 꼭 그렇지만은 않은 것 같다. 그런 비범하신 대종사님의 존재는 어쩌면 쉽게 오만해지려는, 그리고 아상에 빠져 들려는 나 자신을 다시 겸허하게 돌아보게 만드는 어떤 힘이지 않나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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