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과 함께 한 순례길-김연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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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과 함께 한 순례길-김연화
  • 한울안신문
  • 승인 2007.06.15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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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영광 성지를 순례하며

영광이 고향인 저는 마치 친정나들이 가는 기분으로 순례길에 올랐습니다. 놀토가 아니어서 학교에 가는 아이들이 걱정되었지만 어쩌면 아이들의 자립심을 키워줄 수 있는 기회라 생각하기로 했지요.


마침 현정씨와 한자리에 앉게 되어 어릴적 이야기를 하다 보니 어느덧 영광 불갑사에 도착했습니다. 꽃시계를 만들어 교감님과 몇몇 어르신께 채워드렸더니 모두 함빡 웃음을 지으시며 좋아하시는 모습이 꼭 어릴적 소녀같이 아름다웠습니다. 결제식과 저녁식사를 마치고 드디어 회화시간. 여전히 회화시간은 어렵고 두려운 시간입니다.


어둠이 깔리고 별들이 총총 빛날 무렵 촛불을 켜고 구간도실까지 행진할 때는 느낌이 새로웠습니다. 한 목소리로 어둠을 가르고 촛불로 길을 밝히는데 어디서 왔는지 수많은 반딧불이 신령스런 기운을 한층 더해 주었습니다.


숙소로 돌아와서 현정씨와 저는 내일 있을 강연 때문에 쉽사리 잠을 이루지 못하고 교전을 뒤져가며 벼락치기 공부를 하였습니다. 저의 강연주제는 “연고 없이 쟁투를 말며”였는데 세상에 연고 없이 싸우는 사람이 어디 있나 생각하니 쉬이 가닥이 잡히지 않았습니다.


둘째 날 새벽 5시. 시골의 새벽은 어찌나 빠르던지 삼밭재 가는 길이 낮처럼 훤히 밝아 있었습니다. 20분이면 거뜬히 오를 거라고? 교감님께서 말씀하셨는데 경사도가 심해서인지 한 시간은 걸린 듯. 그 때문에 교감님 원망(?)하시는 분들도 좀 계셨지요.


마당바위 맞은편으로 고풍스런 기도실이 자리 잡았는데 신축불사가 진행중이라 모두 십시일반으로 참여키로 하고 마당바위에 앉아 기도와 단체사진도 찍었습니다. 하산 후 먹는 아침식사는 정관평의 무공해 쌀과 교무님들의 정성까지 더해져서 어찌나 꿀맛이던지 지금도 잊을 수가 없습니다. 유타원님이 하시는 말씀, “훈련 오면 얼마나 좋아 이렇게 해주는 밥만 먹고 … ”


아직 연꽃은 피지않고 수련이 예쁜 자태를 뽐내고 있어 절경이었습니다. 불모의 갯벌을 옥토로 일구신 선진님들의 땀과 열정이 그대로 배인 곳이라 생각하니 감회가 새로웠습니다. 모든 일정을 무사히 마치고 다시 해안도로를 따라 귀경길에 오르니 다음 훈련엔 어떻게 하면 많은 단원들과 함께할 수 있을까 새로운 고민을 하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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