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의 문턱에서-김인성
상태바
가을의 문턱에서-김인성
  • 한울안신문
  • 승인 2007.10.06 06: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3 여행을 통해 추억

지겹게도 무더웠던 여름이 훌쩍 떠나기엔 너무 아쉬운 듯 곳곳에서 남아 기승을 부리고, 가을은 저 만큼에서 겸연쩍은 미소를 지은채 주춤거리고 있다.


지난 여름, 올 가을에는 가산 이효석 선생의 탄생지인 봉평 메밀꽃 축제를 다녀오리라 마음 먹고 주어진 일에 더욱 열심히 임했었다. 정해진 날짜가 가까워오자 각종 TV나 일간지에 메밀꽃 축제에 대한 많은 기사들이 오르내리면서 마음은 더욱 부풀어 올랐다.


드디어 여행을 떠나는 날, 일상생활을 훌훌 벗어 버리고 모처럼 만의 외출을 즐기자는 마음으로 차에 올랐다. 가면서 생각해 보니 봉평에서 강릉까지 50km 정도 밖에 되지 않으니 내친김에 강릉에 가서 바닷가를 구경하고 오자는데 합의하고 식사를 하기 위해 주문진 항으로 향했다.


역시 주문진 항은 오징어가 단연 으뜸이었다. 광어, 우럭 등등 먹거리가 풍성한 횟집에서 허기진 배를 채우고, 9월 11일 오후 2시쯤 봉평에 도착했다. 봉평은 사오년 전과 달리 차도는 편도 2차선으로 넓혔고, 산간 오지 마을엔 대형버스와 사람들로 가는 곳 마다 초만원을 이루었다.


가산 이효석은 1907년에 태어나 36세의 젊은 나이에 요절했다. 가산의 대표작인 ‘메밀꽃 필 무렵’을 보면 ‘산허리는 온통 메밀 꽃이어서 피기 시작한 꽃이 소금을 뿌린 듯 호붓한 달빛에 숨이 막힐 지경이다’라는 글귀가 있다. 10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우리들의 가슴을 파고드는 추억과 낭만이 어우러진 글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일행들과 장난기를 뒤로하고 한발 앞서 문학관을 찾아서 가산의 생애와 작품 활동을 그린 영상물을 보고 돌아 나오는데 훤칠한 키에 색안경을 낀 어떤 남자분이 다가와 공손히 인사를 하는 것이 아닌가. 그러면서 하는 말이 강릉시 홍재동 수재 때 예비군 중대장으로서 일주일 동안 동고동락한 일이 있었는데 몰라보겠냐고 한다.


2002년도 8월 31일 강릉에 900m가 넘는 큰 비가 내려 수재민을 돕기 위해 한걸음에 달려간 일이 있었다. 그때 나는 용달차를 끌고 강릉시 홍재동에서 7박 8일을 머물며 자원 봉사를 하고 돌아왔었는데, 그때 나를 자기 승용차에 나를 태우고 강릉의 명승지를 안내하기도 하고, 연곡 어느 분위기 있는 횟집에서 소주 한잔을 권하던 그 예비군 중대장이었다. 그를 보는 순간 그날의 기억들이 문득 새롭게 떠올랐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