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는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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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는 즐거움
  • 한울안신문
  • 승인 2008.08.14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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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성지도보순례 감각감상, 정원주(돈암교당)



걷는 다는 것은 천지와의 교감이다. 굵은 소나기를 맞으며 걷는 길은 긴장이 있어서 좋았고 어깨에 떨어지는 빗방울의 둔탁한 무게는 나쁘지 않았다. 산과 들의 아름다운 능선은 내 거친 마음을 다듬어 주었다.


다리를 건너면서 만난 저녁노을은 그 동안의 고단함을 다 상쇄하고도 남았다. 수계리 드넓은 평야 위로 떨어지는 해는 내 가슴을 오랫동안 스산하게 했다. 작년 김제평야에서 만났던 그 저녁노을을 잊을 수가 없어서 다시 찾은 내 마음에 붉게 보답을 해주었다.


걷는 다는 것은 새로운 만남이다. 전국 각지의 교당에서 온 교도들을 걸으면서 만나는 것은 신선했다. 함께한 시간은 짧지만 그 사람의 향기를 고스란히 맡을 수 있었다.


걷는다는 것은 인생을 배우는 것이다. 쏟아지는 비속을 걷자 마자 신발이 다 젖었다. 언제 마르나 걱정 했지만 해가 나기 시작하면서 신발은 조금씩 마르기 시작했고 늦은 오후가 되자 바짝 말랐다.


그 순간 산다는 것도 이런 것이구나 싶었다. 인생이 언제나 젖어있는 것이 아니니까.


걷는다는 것은 나 자신을 다시 사랑하는 것이다. 지금 두 다리로 힘차게 걷는 내 자신을 믿으면서 지금의 내 자신을 그대로 받아들인다. 이 모습이 최고의 내 모습이라고 생각한다.


걷는 즐거움이 이렇게 많은데 하물며 그 길이 대종사님과 선진님들께서 걸으셨던 길이라고 하면 더 말해 무엇할까. 심연에서 올라오는 기쁨과 그 분들의 고행 길을 생각하면 눈시울이 붉어진다.


배낭을 메고 돌아선 대각전 안에서 들려오는 음성이 있다.‘내년에 또 오니라’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고 서울로 발길을 옮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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