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육쌍전은 힘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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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육쌍전은 힘들어!
  • 한울안신문
  • 승인 2009.04.16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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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박순명, (안암교당청년회, 한국도로공사 대리)

지난 3월 28(토)~29(일)일에 안암교당 청년 40여명이 참석한 임원훈련이 있었다. 토요일 법회 후 밤 10시에 시작된 훈련은, 일요일 오전까지 사업부 회의, 낮에는 5월 2일 있을 ‘마음공부 학사’마련바자회에 대한 회의, 오후에는 단장중앙 회의로 이루어졌다.


안암교당의 임원훈련은 1년에 3차례, 1박 2일에 걸쳐 진행된다. 사회에서는 황금같은 토요일 오후에 법회만 빠지지 않고 나가도 지나친 신심이라고 하는 판인데 교당에서 어떤 역할을 맡아서 하는 일은 더욱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당 생활에 많은 것을 투자하는 것은 이곳에서 배우는 것이 많기 때문이며, 이 법이 그만한 가치 있다는 확신이 있기 때문이다. “영육쌍전을 하려면 입에서 단내가 나게 마련이다”라는 공감대가 기본적으로 형성되어 있는 편이다.


훈련 때 일요일 아침 7시 동네의 ‘보문사’라는 절에 산책을 다녀왔다. 세수도 안하고 머리가 부스스한 남녀 청년들이 무리지어 동네를 걷는 모습은 우리가 생각해도 우스워서 오며가며 웃었다.


다녀 오는 길에는 근방에서 제법 대형교회인 ○○교회가 있어서 지나치게 되었다. 교무님이 문 앞에 걸려있는 예배 시간표를 보고 한 말씀하셨다.


“자, 저기 봐봐. 저기는 일요일에 새벽부터 저녁까지 예배가 있잖아. 일반이 무려 4부 예배까지 있네. 주중에는 전도폭발훈련도 있고, 제자훈련도 있고, 금요 철야 예배도 있다구. 그리고 교회 사람들은 거의 다 새벽기도도 나온다구, 얼마나 신심있는지 알어? 그런데 우리는 좌선이 선택사항이 되어서 좀 피곤하다 하면 빠지니 되겠어? 여기 세워져 있는 차들도 봐봐. 다 직장인들이라구. 일요일에 법회만 쏙 보고 가는 게 아니야. 그런 것에 비하면 우리는 정말 널럴한 거지~!”


그 말씀을 듣는 순간 순진한 청년 40여명은 뭔가 해야 할 말이 목에 걸리긴 한데 뭐라고 얘기를 해야 할지 모르는 상태가 되었다. 한동안 어이가 없어서 아무 말도 못하고 있다가 한 청년이 용기있게 이야기했다.


“교무님~ 솔직히…, 우리도 빡세요!” 그랬더니 교무님 말씀 “나도 예전에 교회 다녀봤다니까, 내가 가톨릭 고등학교 나온 사람이거든!” 다른 청년이 또 용기를 내어 “나두 교회 다녀봤었는데.…”하고 얼버무린다.


그랬더니 옆에서 “정말 교회가 더 빡세? 우리가 더 빡세지?”, “한 사람이 저 예배 다 보고 가는 거 아니잖아?” 하고 묻느라 난리다. 한동안 40 여 명의 청년들이 교회 문앞 예배 시간표를 둘러싸고 서서, “우리가 교회보다 빡센가 안 빡센가”에 관한 논란을 지속했다.


그러나 이 모든 의견들은 교무님의 한 마디로 정리되었다.


“스승님 말씀은 신심으로 믿으라고 하셨는데 이 청년들은 어떻게 된 것이 도무지 믿지를 않는구만!”


소를 끌고 지붕으로 올라가래도 믿었다는 신심 이야기가 나오면 뭐라고 대꾸할 말이 없는 법. 역시나 청년들은 입을 다물었지만, 웬지 표정은 마뜩찮은 표정이었다.


3~4년 전만 해도 교당 교화 발전을 위한 역할을 재가 청년들이 나누어서 하도록 체계를 잡는 것이 쉽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은 어느 정도 정착이 되고 경험도 있어서, 다들 알아서 잘 한다. 본의도 잘 전달이 되는 편이다. 그래서 적어도 예전보다는 가볍고 즐겁다.


돌아오는 길에는 교무님께서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작은 단독주택 앞에서 모두들 모아서 합장인사를 했다. 교당에서는 나중에 서울 동북권 대학생 교화를 위한 ‘마음공부 학사’를 마련하려는 서원을 세웠는데 그 자리에 세웠으면 하는 바람 때문이다. 어느 키가 작은 할머니가 그 집에 사시는데, 나중에 그 집을 파실 수도 있다고 한다.


교당으로 돌아와, 그날 8시 반부터 저녁 8시 반까지 웃으며 박수하며, 열띄게 회의하고 다들 녹초가 되어 집으로 돌아갔다.


내일 출근해야 한다는 사실을 확인하며 자리에 누웠을 때, 잠들면서 온몸으로 느껴지는 행복함이란! 대종사님, 이게 영육쌍전 맞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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