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남보다 조금만 더 줘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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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남보다 조금만 더 줘 보세요
  • 한울안신문
  • 승인 2009.07.16 1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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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종교는 믿는 마음 ... 동두천교당 이공원 교도



이공원 교도에게 교당 봉불식 날은 어제처럼 생생하다. 앞마당에서 대문 밖까지 천막을 쳐야 할 정도로 손님들이 북적이고, 부엌에는 나갈 차례를 기다리는 음식들로 가득했다. ‘교당 잘 지었다’는 칭찬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리고, 먼발치에서도 그 소리가 나에게 하는 소리 같아 어깨가 으쓱했다. 바라만 봐도 뿌듯했던 교당 봉불은 교당 열린 날이기도 했지만 ‘마음이 힘든 현실을 이긴다’는 진리를 발견한 그녀의 날이기도 했다.




# 믿음으로 지은 집


“참 우연하게 교무님과 만났지요.”


친구집에 놀러갔다 때마침 순교 나오신 이근행 교무님을 만나게 되었다는 이 교도. 남편과 일찍 사별하고 문방구에 만화방까지 안 해본 일 없던 그녀는 어머니처럼 따스하게 대해주는 교무님에게 한눈에 반해 버렸다고 한다.


“얼마나 그 분이 인상 깊었는지, 그날 꿈에 제가 교당에 앉아 법회를 보고 있더라고요. 다음날 일어나 바로 교당으로 향했지요.”


그 때부터 때로는 든든한 남편이, 때로는 포근한 어머니가 되어 주었다는 교무님. 그녀도 그런 교무님이 혹여 교도들 없이 혼자 법회를 볼까, 한번도 빠질 수 없었다고 한다. 하지만 날씨가 나빠 교무님과 단 둘일 땐 그건 그거대로 좋았다는 그녀.


“교당은 저에게 쉼이고 여유에요. 그리고 제 마음을 다해 지켜야 하는 곳이지요.”


그런 마음에, 교당 봉불을 위해 교무님과 함께 배추를 심고 가을이면 김장을 하고, 감자를 팔고, 산에서 주운 도토리로 묵을 쑤면서도 힘들다거나, ‘이걸로 언제 교당을 지어’라는 의심은 하지 않았다고 한다. 또 보이지 않는 마음이지만, 이것이 힘든 현실을 이기고, 희망을 부른다고 믿고 싶었다고.


“이제 다 괜찮아졌다 했을 때 장성한 큰 아들을 병으로 잃었지요. 내가 무얼 잘 못한 걸까 원망했지만, 이 때 일수록 마음을 다 잡고 더 열심히 공부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교당 봉불은 그 흔들리지 않는 믿음의 증거이자, 풍파 많은 인생이었지만 원망하지 않고, 배려하고 산 그녀가 틀리지 않았다는 칭찬, 아직도 멀리서 교당만 봐라만 봐도 좋다는 그녀다.




# 우리보다 나은 어머니


얼마 전 며느리가 그녀에게 ‘어머니 돈이 이 세상에서 제일 예쁘고 귀하다’는 이야기를 했다. 자녀들에게 용돈을 받아도, 받는 것보다 주는 것이 좋다며 손자들에게 다시 용돈을 주는 어머니가 참 대단하다 것, 더구나 신심 많은 어머니의 마음까지 더해져 오니 세상에서 제일 귀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있다고 베푸는 것도 아니고, 없다고 베풀지 못하는 것도 아니에요. 베풀고자 하는 마음이 중요한 거지요.”


모든 일에도 먼저, 더 주면 마음이 그렇게 좋을 수 없다는 이 교도, 다른 사람이 나쁜 소리를 하더라도 내 마음으로 말을 참아버리면 그 사람도 금방 반성하고 사과하더라는 것이 인생선배로서의 조언이자 경험이다. 자녀들이 그녀를 보며 ‘대학졸업장이 있는 우리보다 세상의 진리를 더 많이 아시고, 더 배우신 분’이라는 소리를 하는 것도 그 때문일 것이다.




김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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