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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울안신문
  • 승인 2009.12.03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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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시 / 송도일 , (장충교당)

세월 흘러 강 이루고


강물 흘러 세월 그리노라



이슬 한방울


눈꽃 한송이


천둥치는 소나기 한모금



쌓이고 쌓여


산 패이고 돌아


굽이쳐 긴허리



햇살 친구삼아


머언 하늘로 흘러



박차고 출렁여라


넘치고 힘차올사



정성모아 시냇물


월인천강(月印千江)


해인삼매(海印三昧)


이루지 못할 뜻 무어랴



뜻없이 흘러도


이루나니 강이어라



흐르면 흐른대로


그대로가 강인 것을.




<수상소감>


제 시가 맞는지 틀리는지도 모릅니다. 특별히 시를 공부한 것은 아니었기 때문이지요. 그냥 시를 좋아했고 그저 오래도록 끄적거려 왔습니다. 세상의 많은 의문덩이를 품던 청소년 시절부터 세상을 조금 알 것도 같은 지천명이 오도록 까지 내 글은 늘 서툴고 우물거리는 시어로 생활 속에 작용했습니다.


시가 좋아 다른 시인들의 시를 닥치는 대로 읽었던 시절도 있었지요. 서울 숲에 시간 여유도 없이 당도하여 흙먼지 잔디바닥에 좌정하고 의자를 책상삼아 내리 썼습니다. 그래도 몰입은 되었던지 진동으로 들어온 전화쯤은 온 줄도 몰랐고 누가 사진을 옆에서 찍은 줄도 모르고 한 시간이 훌쩍 갔지요.


허! 비록 처음이지만 기대를 안 한다고 하면 무정하고도 무책임스럽고 기대했다고 하면 언감생심 유만부득이겠습니만…, 세월을 친구삼아 풍월을 읊었던 게 조금 냄새라도 풍긴 것 같습니다.


수상을 계기로 이제 막 씨앗을 심은 듯 새로운 시작을 얻었습니다. 좀 더 깊이를 가해야할 새로운 분야가 인생에 추가된 느낌도 듭니다.


다만 그저 늘 지나온 그대로 그러나 이제부터는 좀 더 시어가 적실하고 평범 속에 비범이 묻어나도록 신경 써 보려합니다.


순 우리글에 한자 인용 구절이 들어서 옥의 티라고 하는 주변의 평도 나중에 들었으나 월인천강(月印千江) 해인삼매(海印三昧)라는 두 구절이 댓구화 된 문장은 없으며 순간적으로 인용되면서 화엄의 구도자 같은 강을 노래하고자 하였던 것입니다.


월인천강(月印千江)이란 달빛이 일천 강에 비추지만 본 달은 하늘의 달 하나일 뿐이고 해인삼매(海印三昧)는 삼라만상이 드넓은 바다에 그 형상을 모두 갊아 내듯 한마음이 삼매에 들면 온갖 상념이 두렷이 비추이고 드러난다는 댓구입니다. 一卽多 多卽一의 화엄세계가 두 귀절 속에 한국적 사상이 담겨 있으며 월인천강이 일즉다를 뜻 한다면 해인삼매는 다즉일로 정립된다고 보아도 좋겠습니다.


따라서 시적 발상은 강의 진리적 모습을 발굴해 내면서 구도적 개념이 시적 회심과 자부심이 되어 시어를 이끄는 동력이 되었습니다.


늘 허전하고 초라하고 뭔가 허줄그레하기만 하던 모습에서 갑자기 양복 한 벌을 새로 입은 듯한 수상소감이라고나 할까요? 저의 일생에 뒤늦은 첫 백일장 참가이자 입상이었습니다.


무엇보다 김소월 시인을 걸고 마음을 다듬어 오래도록 낭만과 서정과 한국적 정한을 노래할 수 있을 것 같은 든든한 자산을 받은 듯하여 더욱 행복합니다. 감사합니다.




편집자 주 | 이 시는 지난 11월 5일 제2회 전국소월백일장에서 가작으로 입선된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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