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으로 인해 이 귀한 법을 만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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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으로 인해 이 귀한 법을 만났습니다'
  • 한울안신문
  • 승인 2010.01.14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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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45년의 신심 ... 일산교당 정귀법 교도



“어머니, 오늘은 부각 만들러 교당 가시면 안돼요.” 딸아이의 걱정에 정귀법 교도는 ‘알았다’는 몇 번의 다짐을 하고도, 교당으로 향했다. 허리 때문에, 몇 주째 교당에 가지 않았더니 사는 맛이 없어서였다. ‘45년 동안 꾸준히 다닌 교당을 어떻게 쉴 수 있겠는가? 내 몸은 내가 안다’던 정 교도의 속마음처럼 교도들과 둘러앉아 법담을 주고받는 순간, 몸이 봄날처럼 풀리는 듯했다.



# 남편이 남긴 선물


“사실 딸도 제가 교당 간 걸 알 거에요. 교당이 저희 부부에게 어떤 의미인지 보고 자랐으니까요.”


정 교도 부부는 가는 곳마다 부러움을 받았던 일원부부였다. 머리숫자로라도 보은하자며 찾은 부산 석포교당에서 19년을, 서대전교당에서 주무로 13년을, 일산교당에서는 교당의 어른으로 황혼기를 함께 보냈다. 남편은 ‘당신의 법명은 나를 만나 귀한 법을 만났다는 의미로 정귀법’이라 농담할 정도로 45년 동안 일원부부인 걸 자랑스러워했다.


“남편은 물으면 막힘없었던 원불교 마니아였지요. 또 제 스승이었습니다.”


그랬던 남편이 재작년 정 교도 곁을 떠나면서, 즐겁던 교당은 한때 아픔이 되었다. 남편이 앉았던 자리를 보면, 혼자 교당에 향할 때면, 식사하던 자리에 없는걸 보면 새삼 남편의 부제가 크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만큼 교당은 ‘치유제’이기도 했다.


“1주기 때 자녀들이 그런 얘기를 하더군요. 교도들이 공들이는 모습을 보니 이제 어머니 걱정 안해도 되겠다고요.”


1주기에 많이 들 와 보듬어 주는 교도들을 보며, 어머니가 더 이상 외롭지 않겠구나 느꼈다던 자녀들의 말처럼 정 교도도 늘 보듬어 주는 교무님과 교도들이 없었으면 어떻게 살았을까, 어떻게 견뎠을까 싶을 때가 지금도 많다. 그리고 그런 생각 끝에는 언제나 남편이 자리한다. ‘이 법으로 인도한 남편이 없었다면 어땠을까. 얼마나 고마운 존재인가’라고….



# 딸보다 바쁜 엄마


정귀법 교도는 요즘 들어 하루하루가 바쁘기만 하다. 오죽하면 큰 며느리가 우리들 중 제일 바쁜 분이 어머니라며 일주일 스케줄을 물을 정도. 일산교당의 사업인 부각을 만들러, 복지관 봉사로, 노래봉사로, 얼마 전에는 1년 동안 놓고 있던 교전쓰기도 다시 시작했다. 남편이 ‘인연 없는 천도재 일수록 인연을 걸기 위해서라도 더 참석해야 한다’며 천도재에 한번도 빠지지 않았던것을 이어받아 교당에서 열리는 천도재도 꼭 참석한다. 그러다보니, 40대 자녀들 보다 바쁜 엄마가 되 버렸다.


“이제 백지장 끝을 살짝 드는 정도 밖에 할 수 없지만, 교당 일이라면 빠지지 않고 함께 하려해요.”


원불교가 아니면 누가 나한테 노래를 시키겠냐 싶어 합장단원이 되었고, 평생을 은혜로 살 수 있는 이런 취직자리가 어딨냐 싶어 교당생활이 곧 삶이던 45년, 이런 정 교도의 남은 목표는 휴아의도와 해탈의 도를 연마하며 살아가는 것. 거기다 교도회장인 시누이 부부의 새해덕담처럼 허리를 잘 달래서 끝까지 교도들과 함께 봉공할 수 있는 것이, 큰 바람이다.


“그렇다면 딸보다 바쁜 엄마라도 괜찮겠지요?”


김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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