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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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울안신문
  • 승인 2010.10.29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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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김송배 시인의 한 주를 여는 시 - 5

나는 바람일래 / 너는 풀잎이거라 / 먼 산마루에서 / 입김 가득 부을 때 / 이른 새벽 / 이슬 한 모금으로 일어서는 너 / 나는 꽃바람일래 / 너는 풀꽃을 피우고 / 마침내 나의 손짓으로 / 태양이 비워둔 / 시린 품으로 돌아와 / 젖은 꽃 한 송이 달래면서 / 어두운 그림자를 지우거라 / 나는 고운 바람일래.




언제부터인가 할말을 잊은 채 살아가고 있었다. 혼자 도시의 뒷산을 올라 회색빛 게딱지같은 건물들을 응시하다가 저만치 혼자 흔들리는 풀잎을 보았다. 착시현상일까. 분명히 나에게 무엇인가 애절한 언어를 뿜어내고 있었다.


‘나는 바람일래’ 아마, 이제사 손짓으로 대화를 나누려는 풀잎들의 아름다움을 배웠다. 내가 바람일 때에만 비로소 그들의 목소리를 이해할 수 있는 나의 바보스러움을 한껏 뉘우치고 있었다.


언제부터인가 잊었던 말문이 그로하여 트이게 되었다. ‘너는 풀잎이거라’ 내가 가진 언어로서 형용할 수 없는 무한의 사랑을 주고 받을 수 있게 된 것이다. ‘꽃바람’과 詩 그리고 풀잎, 나는 너를 좋아한다. 네가 내곁에 있어만 준다면 모든 생물, 무생물 아니 우주의 전체와도 따스한 살아의 밀어를 나눌 수 있겠다.


무표정과 무언으로 서 있는 묵직한 자태, 그러나 안으로 가득 채워진 이슬처럼 반짝이는 정갈한 사랑을 그들의 ‘시린품’에도 한 줌씩 나누어 간직할 수 있게 되었다. 경외하는 시의 신(神)이여, 아자(啞者)된 슬픔을 사랑으로 감싸소서, 진정 어두운 그림자는 거두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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