홑꽃잎 뒤풀이(3) , 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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홑꽃잎 뒤풀이(3) , 닻
  • 한울안신문
  • 승인 2010.12.08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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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김송배 시인의 한 주를 여는 시 - 10

각혈을 하고 / 붉어진 얼굴 / 아침 이슬로 / 웃음 한 모금 열고 / 사랑 / 사랑이라 하던가 / 실뿌리에서 저며 오는 / 허허로운 진통 / 땅속 깊이 묻어둔 채 / 부끄러움 / 살포시 가린 / 눈웃음 흘러 / 사랑이라 하던가 / 이승의 매운 노래 한 자락 / 머금은 얼굴은 / 먼 설레임이어라.



아마도 각혈로 보아서 이 꽃은 붉은 색이다. 그것도 어느 집 정원이나 식물원에 핀 꽃이 아니라, 야산에서 ‘아침 이슬’ 받으면서 갖 피어난 꽃봉오리이다. 그것을 나는 ‘사랑’이라는 의문과 함께 의미를 부여하지만, 나의 초기 작품이 모두 그러하듯이 주제와의 연결이 퍽이나 미흡함을 느끼고 있다.


흔히들 상징은 어떤 성질이 있거나 연상을 불러일으키는 점에서 하나의 것으로 다른 것을 마음에 떠오르게 암시하는 것을 일컫는다. 비유도 마찬가지로 수사학상의 언어이지만 외형적 또는 질적으로 공통되거나 이와 유사한 사물의 한 편을 인용하면서 다른 것을 암시하거나 표상하는 방법을 말한다.


상징이나 비유가 제시하는 사물에 대한 암시의 깊이나 얕음에 따라 시의 가치가 정해지는데, 많은 노력을 요구한다. 여기에서 ‘각혈’과 ‘붉어진 얼굴’ 등이 붉은 꽃으로 승화한 ‘사랑’으로 연상되지만 피어나기도 전에 무엇인가 실망을 예비하는 눈치가 엿보인다. 인간이 태어나면서부터 비극적인 삶과 죽음의 허무를 먼저 사고하고 있는 것일까. 사랑이기 이전에 ‘이승의 매운 노래’는 ‘먼 설레임’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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