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그 한마디의 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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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그 한마디의 울림
  • 한울안신문
  • 승인 2011.12.09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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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자원봉사자축제 동작구청장상 ... 남서울교당 정태원 교도



온통 분홍물결이던 봉공회자원봉사자축제에 양복 차림의 신사가 단상에 올랐다. ‘무슨 봉사를 하셨을까?’ 궁금해 하던차에 그의 입에서 ‘호스피스 봉사’란 단어가 나왔다. 조금 의외였다. 거기다 일주일에 두 번은 응급실과 중환자실에서 시트정리와 세수수발 등의 봉사를 한다니. 공직에 오래 있었던 이런 분이? 조금 고개를 갸웃 거렸던 게 사실이다.



# 귀를 열고, 마음을 열고


“대화가 잘 됐다고 다음번에도 좋을 수 없구요, ‘호스피스를 왜 만나야 하냐?’며 거부감을 보이시는 분들도 많고요.”


처음 봉사를 시작해 환자들과 마주했을 때는, 읽었던 매뉴얼과 달라 얼마나 당황했던지, ‘안녕하세요, 날씨 참 좋네요’란 그저 평범한 인사도 쉽지 않았다.


“지금도 쉬운 건 없어요.” ‘벌써 봉사3년’이 아닌 ‘겨우’ 3년일 정도로, 여전히 호스피스란 말에 얼굴이 굳어지고, 어제까지 즐겁게 이야기 나누던 분이 커튼을 닫고 마음을 닫을 때면 ‘내가 이 분들에게 주는 것이 뭘까’ ‘내가 잘하고 있는 건지’란 고민은 무겁고 의문스럽기만 하다. 하지만… 선배 봉사자들이 말한, 정말 그런 순간도 있었다.


“어느 날 남자 환자 분이 ‘기도를 해 달라’고 하세요. ‘원불교도인데 괜찮겠냐’ 했더니 ‘괜찮다’하시더군요.”


기도문을 외고 눈을 뜨니 처음에는 눈도 마주치지 않던 환자가 자신의 이야기를 시작했다. ‘인제에서 왔고, 처음 발병했을 때는… 그리고 지금 쓰고 있는건 성경과 주기도문인데 나중에 아이들 보여줄거다’ 라고. 그때 3년차 새내기 봉사자란 것에 참 감사했다. ‘앞으로 이런 순간이, 봉사하고 감동할 기회가 아직도 많이 남은 것 아닌가.’


“많이들 물어보세요. 매일 아픈 분들을 보면 두렵지 않냐구요? 물론, 내가 앞으로 저 자리에 있을 수도 있지요. 하지만 아프기 전에는 내가 그 분들을 돕는 거구요, 아프면 내가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거구요.”


그리고 오늘도 마음속으로 되뇌이는 말. ‘안녕하세요. 오늘은 가을하늘이 참 좋네요.’



# 내생을 잇는 사다리


“은퇴 후 무엇을 할까 고민하다 병원에서 매번 만나는 봉사가운 입은 분들이 기억났어요.”


사실, 봉사에 관심을 가진 건 오래. ‘왜 저렇게 고생하나?’ 유심히 보다 ‘하는 게 뭐냐’ 질문으로 발전, ‘기회가 생기면’ 했던 것이 몇 년 째였다. 그리고 정년 후 망설임 없이 봉사가운을 입었다. 맡은 일은 응급실과 중환자실에서 더러워진 시트를 갈고 환자의 관절운동과 약품정리. 남들은 의아했다. 여행도 다니고 즐겁게 놀지, 정년 이후에 무슨 일이냐고?


“이제서야 내 공부를 할 수 있게 되었는데, 이런 기회를 낭비하면 안 되지요. 봉사요? 크게 보면, 내 공부인거지요.”


착없이 가는 것, 다음 생에는 이 공부를 조금 더 일찍 만나 체계적으로 생활 할 수 있는 사다리를 만드는 일이니, 어찌 기쁘지 아니하겠는가. 아내와 함께하는 새벽기도에도 빠지지 않는 아는 것만큼 전해주고, 가진 것만큼 베풀 수 있게 해달란간절함도 마찬가지.


“주는 것이 뭘까요? 지금 당장은 주는 것 같지만 내가 받는 것, 내생을 잇는 사다리이지요.”



김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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