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브라보 마이 심플라이프
상태바
2012년, 브라보 마이 심플라이프
  • 한울안신문
  • 승인 2012.01.18 18: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1 이생을 위한 보은 ... 잠실교당 이종륜 교도



“7시쯤이 괜찮겠네요. 그 때가 사경시간이거든요.”


문 닫힌 약국 안, 사경시간을 쪼개 마주앉은 이종륜 교도 옆으로 하루에도 몇 번씩 펼쳐 본 듯 손길이 잘든 법문노트와 일원상이 보인다. 인터넷사경도 언제든 달려나갈 기세로 모니터 안에서 깜박깜박. ‘하루의 제일 귀중한 시간’이란 그 시간을 뺏은 건 아닌지 미안해지는 순간이었다.



# 심플 라이프~


“보은하는 길이 뭘까 고민하다가 기부를 생각했지요.”


약국은 주민들 덕분이니 이건 지역복지센터에, 또 할머니들 추운데 고생하시니 노인요양원에, 이건 아프리카 기아 어린이를 위해, 마음 가는 데로 덜다보니 수입의 30%를 기부. 어느새 그 숫자는 ‘내 돈이 아닌 남을 위한’ 당연한 일이 돼 버렸다.


“내가 쓴다면 개인을 위한 일 밖에 안 되지만, 공익은 다르잖아요. 많은 사람들이 행복할 수 있는 일이니까요.”


나보다는 ‘더불어’. 그런데 이 더불어 좋은 일에 의외로 섭섭(?)해 하는 사람도 있었다. 언제나 자력을 강조하는 엄마가 교단을 위해서는 선뜻 희사하니 아들은 섭섭할 뿐. ‘왜 난 안 사주고’로 시작된 노트북 사건 때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이 교도의 답은 언제나 똑같았다.


‘널 사준다면 너만의 이익이지만 교단은 더 많은 사람들에게 행복과 혜택이 돌아 갈 것이다.’ 아들은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다음 생을 위한 투자냐고요? 에이~ 지금 감사한 삶에 대한 보은이 더 맞겠네요. 그러니 상이 있을 수 없지요.”


그런 그녀, 수첩에 단정히 적힌 글 하나! 비워 심플해지는 것. 다 누린다고 행복의 크기가 커지는 것도 아니고, 추구하고 싶지도 않다.



# 정말 나만 참으면 될까요?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 깨달았다면, 묻고 싶은 게 많은 데 이제 안 계시네요.”


인생의 고비고비에서 인과응보를 모르고 삶과 죽음을 몰랐다면 어땠을까 생각하면, 원불교로 이끌어 준 시어머니의 존재는 더더욱 소중할 수밖에 없다.


“몰랐더라도 바르게는 갔겠지요. 하지만 길을 모르고 내 마음으로 대로 가는 것과 이 길을 가면 이룰 수 있다는 믿음이 있는 길과는 다르지요.”


신앙은 언제나 큰 고비에서 빛을 발했다.


“나만 참으면 된다고 생각했어요. 큰 경계에서도 ‘전 잘 참아요’ 답할 만큼 자신했지요. 그런데 교무님이 ‘참는다는 상이 있으면 마음의 병이 된다. 참는다는 상을 버려라’ 하시더군요.”


‘참으면 된다’는 마음까지도 참 오만했구나, 느끼니 무궁무진한 공부꺼리가 눈에 들어왔다. 활자로 밖에 느껴지지 않던 ‘감사생활’도 그때서야 살아 움직이기 시작했다. 어머니와 같은, 원불교를 믿는 삶에 확신이 생겼다.


“법스승으로 어머니에게 묻고 싶은 게 참 많은 데… 언제나 깨달음은 한발 늦는 것 같아요.”


그 빈자리는 교무님에게 하나씩 배워 남편과 삶에 실천해 나가고 있는 중이다.



김아영 기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