앉으면 생각하고 서면 일한다 / - 범타원 김지현 문집 '교화대불공'을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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앉으면 생각하고 서면 일한다 / - 범타원 김지현 문집 '교화대불공'을 읽고
  • 한울안신문
  • 승인 2012.02.16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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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감각감상 / 이혜화 , (일산교당)

젊은 시절 도봉교당에서 범타원님을 처음 뵈었다. 젊은 교무 두 사람의 체중을 합쳐야 당할까 싶은 거구에 두툼한 턱과 목살이며, 가늘고 까칠해 보이는 눈까지 묶어서 도무지 이쁜 구석이 보이지 않았다. 나는 그 당당한 풍채와 볼륨 있는 거동을 보며 <수호지>에 나오는 역사 노지심이 떠올라서 속으로 기가 죽었다. 자애롭고 여성스럽고 음성조차 사근사근한 법타원 김이현 교무님을 모셔 본 처지에 “어쩌면 자매가 달라도 저렇게 다르실까?” 싶었다. 법설은 기억이 하나도 안 나고, 어딘가 심술궂은 인상에 음성조차 사뭇 거만하다는 이미지만 남았다.


이렇게 첫 인상을 구긴 만남이 단 한 번으로 끝나고 다시 뵈올 기회가 없이 열반에 드시니 종사님에 대한 그 오해도 풀 길이 없었다. 그런데 이번에 문집이 나와서 읽다보니 그 어른의 실상이 손에 잡힐 듯이 들어왔다. 어른을 몰라 뵈어도 어처구니없이 헛다리를 짚었음을 알게 되고, 덕분에 오해는 깨끗이 풀렸으나 대신 죄송한 마음이 가슴에 가득하다.


부산에서 마산에서 혹은 대구에서 서울에서 교화현장을 어떻게 누비며 법풍을 날렸는지, 일상의 수행과 정진은 어떻게 했으며 아랫사람은 어떻게 거느리고 가르쳤는지, 생생한 실상을 보면서 종사님의 인간과 인품을 우러르게 된다. 그리고 대종사님과 정산종사님을 직접 모시고 받들며 얻은 법문과 일화들은 또한 얼마나 소중하고 값진 기록들인가.


종사님이 손수 써놓으신 산문과 직접 부르신 시가가 다수 수렴되어 반가움을 더한다. 그 중에도 동명훈련원에서 읊으신 한문 선시는 견성도인만이 할 수 있는 도의 높은 경지를 드러내고 있다.


부교무 시절, 범타원 종사님을 직접 모신 박순정 교무님을 비롯하여 여러분이 기술하신 회고담에는 법향이 그윽하여 종사님의 인간과 법력을 확인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일화를 통해 종사님의 꾸밈없는 성격과 유머가 아름답게 빛나니 그 진진한 흥미는 자칫 긴 독서에서 느낄 수 있는 따분함을 일시에 거두어 간다. 범타원이란 법호를 받자 생긴 것도 범상인데 법호조차 범타원이라고들 하더란 말에 한참을 웃었다.


심타원 박순정 교무의 기획과 연산 김학인 교무의 편집으로 냈다. 몇 시간만 투자하면 하루에도 다 읽어낼 수 있을 만큼 부담스럽지 않은 부피에, 독자를 배려한 가독성 높은 편집이 돋보인다. 다만 아쉬운 거라면 후반으로 갈수록 적지 않은 오자가 눈을 거스르니 교정에 손 빠짐이 있어 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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