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애 전환기의 '몸공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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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애 전환기의 '몸공부'
  • 한울안신문
  • 승인 2012.07.13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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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서울길용선방' 수련기 1 , (이옥란, 독립편집자)

몇 해 전, 국가기관에서 중대한 내용이 담긴 통고장을 보내왔다. 내가 ‘생애 전환기 건강검진’을 할 때가 되었다는 것이다. 뭣이라, 생애 전환! 어쩌자고 국가기관이 나의 생애를 전환시키고 그런단 말인지. 여하튼 ‘내 인생의 전환기’는 그 두 어휘를 대면한 순간 그렇게 충격 속에 시작되고 말았다.


삶에 새로운 가치 부여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늘 뇌리에 있었지만 만사로 마음이 바빴다. 그러다가 올해 초, 페이스북에서 사귄 벗이 명상수련을 권했다. 새로 수련방을 꾸리는 참이라는 것이다. 건강을 위해 무엇이든 해야 할 것 같기도 했고, 벗들과 더불어 무엇인가 한다는 것이 좋았던 것 같다. 그 수련방이 바로 ‘서울 길용선방’이다. 몇몇 벗들과 더불어 박대성 교무님을 사부로 모시고 수련이 시작되었다.


첫날의 기억이 생생하다. 원불교 서울회관의 지하에 한쪽 벽면을 거울로 채운 수련방이 있었다. 서로 어색한 첫인사를 나눈 뒤, 낡은 운동복을 입고 서서 명상에 들기 전 몸풀기부터, 바르게 서서 최대한 느린 동작으로 목운동, 내부 장기까지 움직인다는 어깨운동, 전신을 움직이는 허리운동 등을 시작했다. 그런데 이런! 격렬하게 움직이는 것도 아닌데 어느 때는 갑자기 어질해지며 진땀이 나는가 하면 깊은 숨이 토해지며 “어, 으!” 탄성이 절로 쏟아지는 것이었다. 어, 이거 운동되네!


수련방에선 얽매임이 없다. 사부께선 남들처럼 안 되는 것에 마음 쓸 필요도 없고, 무엇이 되어보자고 애쓸 필요도 없다고 하신다. 사태 자체를 가만히 응시할 뿐, 자신의 오감으로 그것을 들여다볼 뿐이다. 그렇게 여섯 달. 아직 무엇을 선이나 명상이라 이르는지 잘 모른다. 명상을 통해 궁극적으로 무엇에 이르려는지도 가늠하기 어렵다. 그러려고 애쓸 필요조차 없을지도 모른다. 다만 확실한 것은, 짧은 기간이나마 아무런 욕심 없이 자기 자신과 대면하는 법을 익혔다는 것, 그러는 동안 내게 어떤 변화가 나타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머릿속에 가장 먼저 떠오른 명제는 수련이 마음 공부라기보다 ‘몸 공부’라는 것이었다. 내게 수련은 몸을 움직여서, 몸을 통해서 자신을 들여다보는 일이었다. ‘정신’을 가다듬는 행위가 아니라. 결국 ‘몸’이란 육신과 정신을 함께 이르는 말이라야 옳다. 그렇게 ‘몸’을 생각하고 보니 주변을 보는 시각이 새로워진다. 주변의 ‘몸’들, 살아 있는 존재들이 각별해진다. 내가 주변 사람들이나 여러 생명들과 맺고 있는 생태적 관계, 유기적 관계가 점차 뚜렷해지는 것 같다. 이는 나 자신을 이해하는 방법이자 세상을 이해하는 방법이 될 것이다. ‘몸 공부’의 수확이다. 이제 이 실마리를 잡고 나의 수련기를 이어가려 한다. 몸 하나로 세계로 나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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