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산에서의 잊을 수 없는 추억
상태바
영산에서의 잊을 수 없는 추억
  • 한울안신문
  • 승인 2012.08.20 2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5 농활감상담 / 임하연 , (한양대학교 원불교학생회)

이번 농활은 원불교에 입교한지 6개월 만에 처음 참가하는 서대연 활동이었고, 대학생활 끝자락에서 처음 맞는 농촌체험 활동이었다. 이번 농활은 나에게 새삼 풋풋한 설렘을 불러 일으켰다. 그리고 농활 참가자 중 가장 연장자로서 어린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겉돌지도 모른다는 막연한 불안감도 느꼈다.


영산을 향해 달리는 버스 안에서는 어색함이 감돌았다. 서로 알고 있던 사람들끼리 도란도란 이야기를 하지만 전체를 아우르는 분위기는 역시나 낯설음이었다. 나는 황급히 자리를 잡고 좌석에 몸을 파묻었다. 그리고 어색한 마음에 조용히 영산에 도착하기를 기다렸다.


영산에 도착한 첫 날 나는 알고 있던 교우들 속으로 파고들었다. 다행인 것은 나만이 원불교 활동에 처음인 사람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발대식에서 육승현 서대연 회장은 지금은 모두 어색하지만 마지막 날에는 볼 것 못 볼 것 다 보고 난 후에 몇 년을 지낸 친구 같아 질 것이라고 했다. 그 때는 그 말이 믿겨지지 않았다.


첫날 우리를 기다리던 것은 영산 청결 활동과 고추따기였다. 구름이 낀 날씨 덕분에 한여름 치고는 작업하기에는 나쁘지 않은 날씨였다. 어색해서 묵묵히 일만 하던 교우들 사이에서 한 마디 두 마디 말소리가 새어나오기 시작했다. 나도 일면식 있는 사람 옆을 서성거리며 서로 어색함을 조금씩 누그러들기 시작했다.


이튿날은 모두가 더 친해질 수 있었다. 첫 날 밤에 서대연에서 준비한 프로그램들은 교우들 간의 거리감을 많이 줄여주었던 것 같다. 전날 밤 잠자기 전 숙소에서는 각자 서로를 소개하고 런던 올림픽에 대해서 이야기하며 공감대를 느꼈다.


그리고 서대연에서 기획한 마니또 게임도 동기부여에 많은 도움이 되었는데, 마니또 임무를 달성하기 위해서 상대방과 친해져야만 했다. 그렇게 우리는 마음의 벽을 허물고 친한 친구가 되었다.


그리고 3일차 삼밭재는 무르익은 분위기를 더 높은 차원으로 승화시키는 밤이었다. 주간의 농촌활동과 물놀이 후에 피곤한 몸을 이끌고 우리는 삼밭재를 올랐다. 시골에서 자라서 웬만한 야산은 거뜬하게 오르는 나조차도 힘겹게 느껴지는 가파른 산길을 담담하게 오르는 교우들의 모습이 보였다. 그리고 주간의 활동으로 지쳤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교우들이 새벽 늦은 시각까지 이어진 법어 봉독을 끝까지 함께 해주었다. 교우들의 이런 모습을 보며 나도 힘을 내어 법어 봉독에 끝까지 남을 수 있었다.


그렇게 화합과 의욕을 느낄 수 있었던 31대 농활 마지막 날은 나에게 아쉬움을 느끼게 했다. 나흘이라는 시간이 너무나 빨리 지나간 것 같았다. 그리고 그 나흘이란 짧은 시간 동안 함께 한 교우들이 오랜 친구처럼 편안하게 느껴졌다.


이번 농활 동안 나는 대학교 새내기 시절로 돌아간 느낌이었다. 스무 살, 스물 한 살 어린 친구들과 보낸 나흘 동안 나는 내 나이도 잊고 어린 그 시절로 돌아간 기분이었다. 농활의 임원도 아니었고 단장도 아닌 나는 거칠 것 없이 어린 친구들과 어울렸다. 군복무 후 복학한 대학생활은 나에게 건조한 생활이었다. 학년이 높아질수록 예전의 순수한 모습을 일어갔고, 세속적으로 조금씩 물들어 갔다. 이번 농활 동안 나는 그런 모습을 모두 버리고 오랜만에 순수했던 시절로 돌아갈 수 있었다. 물론 농활 참가자들이 모두 어리고, 밝은 모습만 항상 보일 수는 없었지만 같이 땀 흘리면서 일하고 웃고 하는 동안 우리는 모두 즐거울 수 있었고, 이번 농활은 잊을 수 없는 추억되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