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행세
상태바
주인행세
  • 한울안신문
  • 승인 2012.09.10 1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3 감각감상 / 김성우 , (강남교당)

오후 즈음에 조금 늦게 산행을 시작하였다. 더운 날씨에 산을 오르려니 땀도 많이 나고 평소보다 조금 더 힘들었다. 얼마 정도 지나서부터 작은 하루살이들이 자꾸만 얼굴과 귀를 맴돌았다. 손을 저어 움켜쥐며 잡으려고 애를 썼지만 사라지질 않고 여러 마리가 눈과 입, 귓가에서 앵앵거렸다.


더위에 지쳐서 중간에 잠시 쉬었다. 앉아있는 상태에서 아직도 앵앵거리는 하루살이를 보면서 무심코 생각을 했다.


“왜 자꾸 내게 달려드는 거야. 귀찮게...이것들이 모두 죽어 없어지면 편하려나.” 챙겨가지고 간 시원한 보리차로 갈증을 채우고는 심호흡을 하며 잠시 생각했다. ‘산에서는 과연 누가 침입자이며 이방인일까? 나는 그들의 영역에 침범을 하고 그들은 본능에 따라서 나를 따라 오는 것인데, 도리어 나는 그들을 방해꾼으로 여기며 죽이려고 했다.’


한가지 의문이 생겼다.


‘세상의 주인은 누구일까? ‘나’ 일까? 맞다. 그럼 ‘하루살이’는…?’ 하루살이 역시 자신의 인생에 주인인 것을 매번 우리는 잊고 ‘사람’, ‘나’가 오직 주인인 듯 행세를 한다. 서로를 인정하고, 다름을 인정할 때 경계는 없어지고 세상은 행복해지지 않을까. 진정한 주인은 가지고, 가지지 않음에 전전긍긍하지 않고 너그러이 품을 수 있을 때 진정한 주인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