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내일도 맑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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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내일도 맑음입니다'
  • 한울안신문
  • 승인 2012.10.26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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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나눔의 너른 품 .. 여의도교당 전여진 교도



“오지랖이 넓다고 핀잔 받을 때도 있어요. 그런데 어떻게 안 본 척 눈 딱 감아버릴 수가 있겠어요.”


사별한 친구가 외로울까봐, 시설에서 독립한 아이들이 혹 맨밥만 먹게 될까봐 불러내 반찬통에 반찬 꾹꾹 눌러 건네는 전여진 교도, 그는 간호사 은퇴 후에도 쉬지 않고 여전히 의료의 손길이 닿지 않는 여성들의 건강을 상담하고 있다.



# 오지랖 넓은 그녀?


그런 전 교도를 대단하다 여기는 것도 나눔의 너른 품도 있겠지만, 무엇보다도 그녀를 빛나게 하는건 큰 경계 속에서도 잃지 않았던 웃음이었다.


“저라고 아이의 병이 재발했을 때, 원망을 왜 안했겠어요. 아이의 첫 수술 후 14년 동안 한번도 안 빠졌던 새벽기도며, 노트를 몇 십 권 채웠던 사경은 무엇이었을까, 회의도 들었지요. 하지만 잠깐이었어요.”


얄궂게도 법호를 받던 그해, 12시간 동안 수술실 앞을 지키면서 든 생각은, ‘신앙이 있어서 내가 이렇게 강할 수 있구나’, 그리고 ‘인과’였다. ‘인과가 깊어 이렇게 훈련을 시키시는 구나’하는 순간, 더 절실하지 못했던 ‘나의 기도’가 후회스러울 뿐이었다.


“그 후에도 몇 번의 수술이 더 있었고 지금도 치료 중이지만, 언제나 살려주셨어요. 가슴에 묻지 않게 해 주신 것만으로도 제 기도는 보답 받은 거예요.”


세 식구 둘러앉으면 원불교신문, 원광, 교전사경으로 바쁜 그들. 세 식구 나란히 교당 출석 할 때면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는 말이 마음에서 절절히 흘러나온다.


“간혹, 내가 고생할까봐, 또 장애가 남은 아이의 모습에 ‘그 때 편히 갔으면…’ 하는 분들도 계셔요. 근데, 이 아이가 있음으로써 내가 이렇게 건강하고 활기찬 거예요. 내 오지랖(?)도 여기서 나오는거고요.”


오늘도, 가진 것보다 더 베풀 수 있는 건 기도보다 더 큰 기도를 들어주셨기 때문. 간절한 기도는 어느 순간에도 눈감지 않는 용기를 주셨다. 바로 바쁜 일상 속에서도 없는 이들을 위해 반찬을 담는 여유, 매매춘여성들을 품을 수 있는 넓은 품, 어디서나 잃지 않는 웃음 말이다.



# 오늘보다 내일이 더 행복


지금은 단장직을 놓았지만, 매주 잊지 않고 챙기는 것이 교화단 기록과 단 출석체크. 한 사람 한 사람 손잡고 눈 맞추며 ‘보고 싶었다. 반갑다’는 인사하는 것도 잊지 않는다.


“바쁜 건 내 일이고, 교도로써 의무를 다 하는 건 다른 것이더라고요. 그리고 어르신들도 이렇게 열심히 공부하시는데 1살이라도 적은 제가 엄살 부릴 때가 아니지요.”


그러다보니 일어나면 새벽기도부터 원음방송 법회로, 다시 사경으로 일분선으로 이어지는 하루. 하루도 빼먹지 않은 사경노트가 이제는 책장 한 칸을 넘어 반을 차지할 정도로 공부에 대한 간절함은 더 깊고 그윽해졌다.


“처음에는 업을 녹여야겠다는 생각이 강했지만, 지금은 그 마음도 없이 기도 자체에, 선 자체에 집중할 수 있게 되었어요. 그래서 더 행복한지도 모르겠어요.”


김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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