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이 달을 가리키는 손가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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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달을 가리키는 손가락'
  • 한울안신문
  • 승인 2012.10.27 0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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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중근기 벗기 위한 노력 ... 구로교당 한경은 교도



한때 거실의 주인이었던 TV대신, 그 곳에 자리한 일원상과 경전. 눈에 띄는 곳마다 붙은 일원상서원문과 냉장고에 붙혀진, 좌선으로 시작해 사경으로 마무리되는 하루일과표. 한눈에 펼쳐지는 이 풍경만으로도 한경은 교도의 인터뷰는 충분하다 생각됐다.



# 교당 재밌어?


“그때가 중근기였던 것 같아요.”


다섯 자매가 어머니의 종교를 따르기로 결심하고 한 교당에서 열심히 활동한지 10년, 그동안 중앙에 단장, 모범교도상과 경전사경상까지도 여러 번 받았으니, 갑자기 ‘교당’이 재미없어진 자신이 당황스럽기까지 했다.


“어느날 문득, 교당 문턱 안에서는 부처, 넘어서면 바로 도로아미타불 되어버리는 저를 보며, 여기서 10년동안 과연 뭘 한걸까? 앞으로 뭘 해야 하나? 의문과 회의가 들었어요.”


비 신앙인과 내가 뭐가 다른건지, 앞으로 어떠할 것인지, 답을 구하기 위해 펼쳐든 교전은 읽으면 읽을수록 오히려 의문만 더해졌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만덕산 훈련원을 찾아 하루 종일 좌선·염불·의두 연마를 했지요. 배운 걸 잊어버릴까봐 다음달에 또 가고, 연거푸 세 달을 찾았어요.”


집에서도 녹음한 걸 듣고, 사경과 좌선. 십송은 냉장고에, 일상수행의요법은 식탁에, 책상에는 염불·좌선 관조법을 붙여놓고, 수험생처럼 공부하길 몇 년. 그 순간은 어느날 사경하던 아침, 경전이 마음속으로 스며들며 시작됐다.


“‘저 글들이 달을 가리키는 손가락이었구나, 내 안의 부처를 발견하고 드러내라는 말씀이셨구나’ 내 안의 부처를 제도해야겠다는 목적이 생기는 순간, 그 때부터 경전이 너무 재밌는거에요.”


목적지를 알고 걸어가니, 흥미를 잃었던 교당도 내 공부하는 재미에, 인연과의 불편한 상황에서도 ‘상대의 허물을 본 내 마음의 잘못이다’ 넘기니 요란스럽고 어리석을 새가 없었다. 알고도, 모르고도 지었던 업을 소멸시키기에도 모자란 시간이었다.


“아직은 50:50요. 마음에 노란불이 켜졌을 때 조심해야하는데 이미 빨강불일 때 ‘앗, 이건 아닌데’ 하는 순간이 있어요. 진짜 훈련은 그런 경계더라고요.”


단 몇 분을 위해 몇 십년 간 땀 흘려 훈련하는 운동선수처럼, 한 순간의 경계에 무너지지 않으려면 끊임없는 공부가 필요하다는 한 교도, 오늘도 좌선과 염불로 마음의 힘을 쌓는다.



# 달을 가리키는 손가락


“내 공부가 소중해 질수록 더욱 소중해지는 게 봉공이더라고요. 특히 법연들과 하는 봉공은 더욱요.”


반년동안 진행된 교당 리모델링 기간 동안, 매일같이 교당으로 출근하면서도 즐거웠던 것은 법동지들과 함께 할 수 있었기 때문. 구로교당의 전매특허인 청국장과 된장 준비를 위해 쌀 4가마를 씻고 삶고 발효시킬 때면 ‘에구구, 내년에는 못해요 교무님~’ 소리가 절로 나지만, 매년 이맘때가 되면 ‘오늘은 교당 청국장, 다음 주는 된장해서 시간없어’라며 일정조정하기 바쁘다.


“이 공부가 하면 할수록 굉장히 재밌으니까요. 공부길을 잡으니 몸이 피곤할 새도 없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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